文學,藝術/아트칼럼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 르네 마그리트, '페레네 산맥의 성곽'

바람아님 2013. 12. 24. 18:22

(출처- 조선일보 2012.10.25.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


이 그림은 '수수께끼 그림의 대가', '상상력의 제왕'으로 불리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그림이다. (1959)

rene-magritte-1959-the-castle-in-the-pyrenees_sci80


 


이제 마그리트 코드의 비밀을 밝혀 보겠어요. 

첫째, 사실적인 기법으로 허구적인 상황을 연출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무거운 물체를 가벼운 물체로 바꿨어요. 

셋째, 성채와 바위의 공통점(돌이 재료)을 부각시켰지요. 

넷째,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뒤섞었고,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한번 보면 잊기 힘든 그림이 창조된 것이지요.


마그리트는 의도적으로 인간의 지식과 상식에 반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그림에 표현했어요. 상상력의 첫걸음인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입니다. '왜?'라는 질문은 굴착기에 비유할 수 있어요. 창의성을 가두는 벽을 허물어 버리니까요. 상상력을 발동시키려면 먼저 호기심을 자극해야 합니다. 문제는 평범한 일상에서 새롭거나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발견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죠. 


게다가 사람들은 친숙한 것에는 주목하지 않는 습성이 있어요. 마그리트는 이 점에 주목해 창의적인 전략을 시도했어요. 평범한 사물을 호기심을 자극하는 특별한 존제로 깜짝 변신시킨 것이지요.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들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었죠. 땅에 있어야 할 마땅할 평범한 성과 바위를 드넓은 바다 위 공중에 떠 있게 했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두 눈을 번쩍 뜨고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성과 바위를 바라보겠죠. 그 순간 마음 속에서 호기심이 발동하고 궁금증을 풀고 싶응 욕구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작동하게 되는 겁니다. 


이제 마그리트가 상상력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밝혀졌네요. 제3의 눈, 즉 상상의 눈으로 새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모든 사물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흥미롭게 바라보았어요.


이에 대해 마르리트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마그리트는 식품가게의 점원에게 네델란드 치즈를 달라고 합니다. 점원이 진열장에서 둥근 치즈 한 조각을 집자 그는 싫다고 하면서 다른 덩어리에서 썰어달라고 요구합니다. 황당해진 점원이 물었어요. "다 똑같은 치즈인걸요?" 마그리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다 똑같지 않아요. 진열장에 있던 치즈는 사람들이 지나치면서 하루 종일 쳐다봤던 거니까." 


마그리트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기에 남과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그래서 상상력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