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6.01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슈퍼예측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잠깐 상상해보자. 당신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1980년의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당신을 발견한 사람들은 환호한다. 당신이 미래를 알려주길 원하니까. 정작 당신은 도와줄 수 없다.
타임머신이 착륙할 때 머리를 부딪혀 2019년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잊었기 때문이다.
실망한 이들은 당신을 해칠지도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당신도 미래를 모르긴 마찬가진데?
운이 좋다면 당신은 수퍼 예측가가 될 수도 있다. 전체 인구의 2%가 여기에 해당한다.
필립 테틀록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난 수십년 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자원자 수천명을 모집해 '좋은 판단 프로젝트(Good Judgment Project)'라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다.
정치·경제·사회·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몇년 안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게 했다.
대부분이 형편없었다.
슈퍼 예측, 그들은 어떻게 미래를 보았는가
필립 E. 테틀록, 댄 가드너 지음/ 이경남 옮김/ 시공사/ 2017/ 466 p.
321.97-ㅌ64ㅅ/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그런데 은퇴한 운동선수, 사회복지사, 가정주부 중에 전체의 약 2%는 국가 정보 분석가를 능가할
정도로 미래 예측을 잘하는 '수퍼 예측가(Superforecaster)'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대체 어떻게
미래 예측을 이토록 잘할 수 있었을까? 테틀록 교수와 과학기자 출신 작가 댄 가드너가 함께
집필한 책 '슈퍼 예측, 그들은 어떻게 미래를 보았는가'(알키)는 바로 이 주제를 다룬다.
수퍼 예측가의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걸까.
저자들은 후자에 힘을 싣는 예들을 더 많이 소개한다.
연구에 참여한 수퍼 예측가들뿐 아니라 역사를 통틀어 미래를 성공적으로 예측하고 개척했던 수많은 전략가와 위인들의
예를 들어가며 이들이 공통으로 지녔던 특성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열린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기 위해 지적 겸손을 추구하고, 탐구 정신이 왕성하며,
숫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는 태도를 습관화한 점이 공통적이다. 모든 미래가 예측 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충분히 훈련 가능하다는 저자들의 결론은 분명히 희망적이다.
운을 믿지 않고, 유전자에 기대지 않아도 당신은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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