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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34] 세계 도마뱀의 날

바람아님 2019. 8. 14. 08:36
조선일보 2019.08.13.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뱀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를 징그러워하며 혐오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사족을 못 쓴다. 서늘하고 매끄러운 비늘의 매력이 치명적이다. 사내아이 중에는 크면서 이른바 '파충류 시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집에서 기르게 해달라며 조르는 바람에 곤혹스러워하는 부모를 심심찮게 본다.

동물행동학에 입문하면 우선 도마뱀부터 연구한다. 동물의 '행동 목록(ethogram)'을 작성하는 법을 대개 도마뱀을 관찰하며 배운다. 척추동물 중에서 행동 패턴이 가장 단순하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라서 온종일 그늘과 양지를 오가며 산다. 정기 노선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해서 '왕복 행동(shuttling behavior)'이라고 부른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대표적 관광 명소인 '코모도섬'을 2020년 1년 동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얼마 전 밀렵꾼들이 코모도왕도마뱀을 41마리나 포획해 팔아먹었기 때문이다. 도마뱀은 세계적으로 총 1046종이 알려져 있는데, 그중 241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거의 넷에 하나꼴이다. 우리나라에는 부산 지역에서 서식하는 도마뱀붙이(gecko)를 포함해 모두 일곱 종이 사는데, 이 중 표범장지뱀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8월 14일은 '세계 도마뱀의 날'이다. 어려서 도마뱀을 잡으려다 정작 몸통은 놓치고 꿈틀거리는 꼬리만 손에 쥐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끊어진 꼬리의 신경세포들이 여전히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바람에 한동안 마치 살아 있는 듯 움직인다. 꼬리를 끊어내고 달아난 도마뱀도 두어 달이면 버젓한 꼬리를 되찾는다. 도마뱀은 요즘 생명과학 분야의 꽃으로 떠오르는 재생생물학(regeneration biology)에서 각광받고 있다. 비록 행동은 굼뜨나 세포 분열은 누구보다도 활발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