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많은 식물과 양서·파충류가 곰팡이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2018년 유럽 학자들을 주축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연구자 58명이 참여해 발표한 과학 저널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개구리와 도롱뇽을 멸종시킨 항아리곰팡이가 우리나라 무당개구리의 피부에 붙어 살던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것이 1950년대 군수물자 수송과 국제 교역을 통해 다른 나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포유동물은 뜻밖에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박쥐는 예외다. 2006년 이른바 '흰 코 증후군(white nose syndrome)'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북미 대륙에 상륙한 이래 갈색 박쥐(little brown bat) 개체군의 90%가 사라졌다. 동면 중인 박쥐들이 이 곰팡이에 감염되면 몸에 축적해놓은 지방이 분해되며 기력이 쇠잔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죽는다.
일단 감염되면 혈관과 신경계는 물론, 신장, 간, 관절을 비롯한 온갖 장기에 침투해 당뇨, 패혈증, 폐렴 등과 더불어 합병증을 일으키는 효모 곰팡이(Candida auris)가 세계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 질병관리센터에 따르면 치사율이 높아 감염자 세 명당 한두 명꼴로 사망한다. 면역력이 약한 입원 환자에게 발병률이 특별히 높고 아직 효과적 항진균제도 없어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곰팡이는 대체로 축축하고 냉랭한 환경을 선호한다. 섭씨 37도 안팎의 포유동물 체온은 곰팡이가 증식하기에는 조금 높은 온도였다. 그런데 최근 온난화에 적응한 곰팡이종들이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가 곰팡이에 새로운 블루 오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에 비하면 세대 길이가 훨씬 짧은 곰팡이들이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를 넘보고 있는데, 우리는 기온이 오른다고 덩달아 마구 체온을 올릴 수도 없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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