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2463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명당 24.3명인데, 이는 OECD 전체 평균 11.6명을 배 이상 웃도는 놀라운 수치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자살률까지 10위권을 고수해야 하는 것인가?
좀 산다는 나라 중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연유가 뭔지 고심하던 나는 최근 흥미로운 자료 하나를 얻었다. 1874년 파리에서 출판된 프랑스 가톨릭 선교사 샤를 달레(Charles Dallet)의 '조선 교회사' 서문만 따로 번역한 '벽안에 비친 조선국의 모든 것'이라는 책이다. 무려 1000쪽에 달하는 '조선 교회사'는 서문만 192쪽이나 된다. 1668년 출판된 '하멜 표류기'의 부록 '조선국기'보다 조선의 지리, 역사, 제도, 풍습, 언어, 종교 등이 훨씬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거기 이런 대목이 나온다. '조선 사람들은 대개 완고하고, 까다롭고, 성내기 쉽고, 복수를 좋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울화통이 터졌을 때는 이상하리만큼 쉽게 목을 매달거나 물에 빠져 죽는다. 사소한 불쾌한 일이나, 한마디 멸시의 말이나, 아무것도 아닌 일이 그들을 자살로 이끌어간다.' 비록 외국인 한 명의 관찰이지만 원래 우리 국민성에 자살 성향이 들어 있는 건 아닌지 자못 착잡하다.
유명인의 자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십수 년 전 어느 날 슬며시 내 강연장에 들어와 앉았다가 끝날 무렵 가볍게 손을 흔들며 뒷문으로 사라지는 정두언 의원을 본 적이 있다. 그러곤 3년 전 어느 후원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를 다시 보았다. 우리의 만남은 이게 전부였지만 나는 그를 참 '쿨(cool)한' 정치인으로 생각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그를 자살로 이끌었는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돌이켜보면 진정 '아무것도 아닌 일'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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