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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36] 지구의 허파

바람아님 2019. 8. 28. 10:02
조선일보 2019.08.27. 03:1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배우 디캐프리오가 연일 그의 페이스북에 아마존 화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과학연구소에 따르면 금년에만 지금까지 무려 7만5000여 회의 산불이 일어났다고 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5%나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2억28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분출되었다.

그동안 아마존은 우리가 토해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들이마셔줘 '지구의 허파'로 불려왔다. 그러던 아마존이 지금 화마에 휩싸여 되레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게다가 대기 중의 산소 고갈로 인해 인간과 야생동물의 건강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도 대량으로 만들어져 볼리비아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을 덮치고 있다. 나무가 타며 뿜어내는 연기는 3200㎞나 떨어진 상파울루 하늘까지 먹구름으로 뒤덮고 있다.

아마존환경과학연구소는 화재의 원인을 인재라고 단정한다. 뒤늦게 군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보전보다 개발을 우선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판단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2019년 7월 한 달 방화 건수는 작년에 비해 278%나 증가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300만여 종 동식물을 불사르고 있다.

2014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 의장 연설에서 나는 "우리나라 DMZ는 더 이상 대한민국 땅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속한 곳"이라고 천명했다. 아마존은 말할 나위도 없다. 프랑스와 아일랜드는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보호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세계인은 아마존을 '브라질의 허파'가 아니라 '지구의 허파'라고 부른다. 아마존은 더 이상 브라질 땅이 아니다. 인류 모두에게 속해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