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걸출한 과학 저술가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와 굴드(Stephen Jay Gould)가 태어난 날이다. 다이아몬드는 1937년에 태어나 팔순이 넘은 지금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그보다 4년 늦게 태어난 굴드는 겨우 예순에 사망했다. 1982년 악성 복막 중피종 진단을 받았으나 극적으로 이겨내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2002년 끝내 선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3년 하버드에서 처음 만났을 때 눈을 뜬 채 졸던 그의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섬뜩하다. 그의 책이 10권 이상이나 번역됐지만 내가 그의 최고 역작으로 꼽는 '개체 발생과 계통 발생(Ontogeny and Phylogeny)'이 아직 번역되지 않아 섭섭하다.
다이아몬드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담낭의 세포막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고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생리학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취미 삼아 시작한 뉴기니섬 새 관찰이 학문으로 이어지며 같은 대학 생태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를 겸직하다가 50대 중반부터는 아예 지리학과로 옮겨 교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평생 한 우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고작인데 그는 생리학, 생태학, 조류학, 지리학, 역사학 분야 모두에서 석학 반열에 오른 천재다. 그의 책도 10권 이상 우리말로 번역됐는데 그중 '총, 균, 쇠'는 전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9월 10일은 도대체 무슨 날이길래 이토록 대단한 저술가들을 배출한 것일까? 두 사람은 모두 과학자로 출발했지만 특유의 박학다식함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거느린다. 그러나 언뜻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들릴 만큼 존귀한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차이점이 하나 있다. 다이아몬드는 그의 책에서 종종 한글의 우수함을 칭송하는 '친한파'인 반면, 굴드는 한국 사람을 혐오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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