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생태 리듬이 깨지고 있다. 강남 갔던 제비는 봄이 되어 낮이 길어지면 어김없이 되돌아오지만 막상 돌아와 성큼 농익은 봄을 맞닥뜨리곤 사뭇 당황한다. 밤낮의 길이는 천체물리학 원리에 의해 조절되지만 계절의 변화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속절없이 빨라졌다. 서둘러 둥지를 틀고 짝을 짓지만 많은 곤충이 이미 번식을 끝낸 뒤라 새끼들에게 먹일 애벌레를 찾기 어렵다.
산호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병행할 수 있다. 성숙한 폴립(polyp)에서 새로운 폴립이 자라나와 분리돼 새로운 군락을 형성하는 무성생식이 있는가 하면, 때로 한 지역에 서식하는 산호들이 동시에 난자와 정자를 방출하면 그들 간의 수정으로 생성된 유생들이 먼 지역까지 이동하며 새로운 군락을 시작하기도 한다.
인간 남성은 여성의 몸 안으로 직접 정액을 주입하는데도 요즘 정자 감소증(oligospermia)으로 수정에 어려움을 겪는데 망망대해에 정자를 뿌려야 하는 산호는 오죽하랴. 진화의 역사를 통해 산호는 이 문제를 동시 번식으로 해결했다. 같은 지역의 산호들이 모두 한날한시에 정자를 방출하면 죽처럼 끈적끈적한 상태가 만들어져 정자가 난자를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가 이 생태 리듬에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해양생태학자들이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오르면서 일부 산호가 찔끔찔끔 여러 차례 정자를 뿜어내는 바람에 동시성의 리듬이 깨져 수정이 용이하지 않단다. 홍해 산호 두 종에서는 최근 새로 시작된 군락을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지 않아도 산호는 수온 상승으로 함께 살던 공생 조류가 품을 떠나면서 극심한 백화(bleaching)로 죽어가던 참인데 이젠 번식도 만만찮게 됐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호모 사피엔스가 주범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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