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퓰리처 수상작 '총, 균, 쇠'에서 세계 불평등은 지역 간 환경 차이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유라시아인이 총과 균과 쇠를 앞세워 원주민들을 밀어낼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이러한 분석은 과거사는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국가 간 경제 불균형 추이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
최근 스탠퍼드대 지구과학자들이 미국과학한림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세기 동안 기술 발전 덕택에 꾸준히 좁혀지던 국가 간 경제 불평등이 기후변화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인프라가 취약한 나라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농업 및 제조업의 생산성 저하와 국민 건강 악화의 영향을 훨씬 심하게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수단의 인구를 합하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0억에 달한다. 1961년부터 2010년까지 이 나라들의 경제 성장률을 분석한 연구진은 이들의 국내 총생산(GDP)은 충분히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단의 GDP는 이 기간 동안 무려 36%나 감소했다. 반면 인구를 모두 합쳐봐야 1억8500만밖에 되지 않는 노르웨이, 캐나다, 스웨덴, 영국, 프랑스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동안 오히려 경제가 성장했다. 노르웨이와 캐나다의 GDP는 각각 34%와 32%나 상승했다.
정작 이산화탄소는 주로 추운 나라들이 뿜어내는데 그로 인해 애꿎게 더운 나라들이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에 이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4위를 차지했다. 대놓고 '기후변화 깡패' 짓을 해대는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말만 번지르르할 뿐 실천에 옮기지 않는 '기후변화 얌체'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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