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17 박세미 사회정책부 기자)
박세미 사회정책부 기자
최근 인터넷에서 회자된 웹툰이 하나 있다. 2015년 미국의 한 만화가가 만든
'No one ever handed me anything on a plate(난 평생 거저 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다.
만화엔 두 아이가 등장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리처드는 부모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으며 자란다.
불량 학생도 없고 열정 넘치는 교사가 있는 좋은 학교에도 진학한다. 대학 등록금은 부모가 마련해주고,
인턴십 자리는 아버지 친구를 통해 얻는다. 상사는 "○○씨 아들이구나" 하며 격려도 한다.
반면 폴라는 비좁고 지저분한 집에서 자란다. 부모가 맞벌이라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낸다.
짜증이 가득한 교사가 일하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대학 등록금은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마련한다.
겨우 취직했더니 "일 똑바로 하라"는 상사 핀잔부터 듣는다.
웹툰 작가는 이렇게 묻는다. "리처드는 모든 것을 자기 노력만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리처드도 폴라도 다 열심히 살았다. 다만 리처드에겐 언제나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 뿐이다.
대표적 좌파 교육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내년부터 서울의 모든 초3·중1 학생 대상으로
기초 학력 진단 시험을 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전교조와 좌파 교육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영수 좀 못한다고 '학습 부진'이라 하는 건 폭력" "사교육 광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안 치면 똑같이 공부를 안 할 거라는 건 착각이고 거짓이다.
2014년 대거 당선된 좌파 교육감들이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없애자,
수많은 '리처드'가 학원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매달 시험을 치고 선행 학습도 한다.
그 사이 학원 갈 여력이 없는 수많은 '폴라'만 학습 낙오자가 됐다.
시험은 최소한 아이가 무엇이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해주고, 더 나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동기 부여도 해준다.
아이들 자존감은 시험을 치기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어른이 '국영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거짓말하며 도와주지 않을 때 추락하는 것이다.
이럴수록 더 많은 '리처드'는 "학교에서 시험도 안 치고 공부도 안 시켰는데,
내가 다 노력해서 일궈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 수많은 '폴라'에게 필요한 건 무상 교복이나 무상 수학여행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 수년간 누적된 학습 결손부터 메워주는 일이다.
자기 학년에 맞는 수업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
서울의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이 2012년 3.3%에서 2016년 6%로 늘어나는 동안,
'국영수는 중요치 않다'던 교사 단체들은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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