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9.10.03. 18:13
미국과 독일 제조업 체감경기 10년 만에 ‘최저’
전세계 경기 하방압력 거세
한국도 수출 증가세 둔화로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제조업발 한파가 전 세계를 ‘R(경기 침체·Recession)의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를 견인해 온 미국과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제조업 체감경기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에 어렴풋이 제기됐던 위기의 징후들이 경제 지표로 확인되면서 한국도 경기하방 압력이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주가지수(다우존스30·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나스닥)는 이틀 새 급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94.42 포인트(1.86%) 떨어지면서 26078.62에 마감했다. 4분기 첫 거래일인 전날엔 343.79포인트(1.28%) 떨어졌는데 단 이틀 동안 동안 840포인트(3.1%)가 밀린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올해 처음 이틀 연속 1%대 하락세를 보였다. 1일과 2일에 각각 36.49포인트(1.23%), 52.64포인트(1.79%)씩 떨어졌다. 나스닥지수 역시 90.65포인트(1.13%)와 123.44포인트(1.5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운 주요 원인으로 ‘R의 공포’를 꼽는다. 특히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제공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0을 하회하면서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PMI는 50.0보다 수치가 낮으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보다 늘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뉴욕 증시와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ING그룹 측은 “미 달러화(USD) 강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미국 경기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등할 것 같진 않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적어도 올해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의 PMI도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독일은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국과 일본 경제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6%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일본의 대형 제조업 체감경기 지표는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게다가 일본은 지난 1일부터 소비세 인상까지 겹치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도 마땅한 ‘출구’가 없다. S&P는 지난 1일 석달 만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8%로 재조정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수출 성장세가 둔화돼 전망이 어둡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다른 주요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대비 2% 초·중반에서 1%후반까지 자꾸 낮추는 분위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증시 하락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기업들의 각종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추가적인 경기 하강 압력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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