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좌우로 그림자가 출렁이듯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한데 이 철새 군무를 앞으로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12월13일 주요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해질 무렵 아무리 기다려도 철새들은 동시에 날아오르지
않았다.
↑ [조선일보]지난 13일 찾은 경남 창원 주암저수지 모습.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의 화려한 군무(群舞)는 구경할 수 없었지만, 겨울을 지내는 철새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탐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 [조선일보]1 경기도 수원의 한 호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러기떼. 2 충북 영동군 고당리 금강 상류를 찾은 고니 무리가 얼어붙은 수면 위를 날고 있다. 3 강원도 철원평야에서 해질 무렵 날아오른 두루미떼. / 조선일보DB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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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강원도 철원평야를 찾은 두루미떼. / 조선일보DB
"군무요? 그건 가창오리만 그렇게 해요." 내년으로 30년째 주남저수지 탐조대에서 근무해온 천염 반장은 "나머지 철새들은
그만한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둥오리나 쇠기러리가 몇십 마리 단위로 군집을 이루는 데 반해, 가창오리는 수만~
수십만 마리 단위로 무리 지어 행동한다고 했다. 낮에는 호수 가운데서 잠자거나 쉬다가 매 따위 포식자로부터 은폐할 수 있는
해 질 녘이나 동트기 직전 논밭으로 날아가 낙곡을 주워 먹기 위해 동시에 날아오른다.
올해는 가창오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한국조류보호협회 남궁대식 사무총장은 "어딘가 와 있다고는 하는데,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남궁 사무총장과 여러 철새 도래지를 수소문해본 결과, 금강하구에는 몇만 마리가 관찰됐지만 그리 많은
개체 수는 아니라고 했다.
가창오리는 어디로 갔을까? "원래 가창오리는 천수만이나 삽교호 등에 머물다 금강하구 주변으로, 다시 고창 동림저수지, 영암
영암호, 해남 고천암호, 창원 주남저수지 등으로 내려가 1~2월을 지내고 시베리아로 돌아갑니다. 올해는 중간을 거치지 않고
해남 고천암호 등으로 바로 이동하려는 것 같습니다."
가창오리 이동 루트가 변한 건 여러 변화 때문이다. 우선 농경 방식이 변했다. 과거에는 추수해도 논에 곡식 낱알이 떨어져
있었지만, 요즘은 소여물용으로 볏짚을 비닐로 동그랗게 말아놓아 철새가 먹을 게 없다. 남궁 사무총장은 "금강하구의 경우
제방공사로 인한 포클레인 소음 때문에 가창오리가 머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창오리의 유일한 월동지이지만 원래 그랬던 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서남부 지역에서도 가창오리
가 겨울을 났다. 한국은 통과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들어 한반도 서남해안이 최대 월동지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 가창오리가 언제까지나 한반도를 찾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군무가 압도적인 장관이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탐조여행은 충분히 다채롭고 즐겁다. 국내 주요 철새 도래지를 소개한다.
서산 천수만 간척지국내 최대이자 세계적 철새 도래지이다. 매년 300여종 30만~40만 마리 철새가 찾는다. 철새들의 이동 경로
인 해안가에 있는 데다, 벼를 재배하는 대단위 농경지가 주변에 있어 추수하고 남은 곡식이 겨울 철새들에게 요긴한 먹이가 된
다. 이 밖에 황새·노랑부리저어새·흑고니·재두루미 등 많은 멸종위기종 조류를 볼 수 있다. 탐조 여행은 서산버드랜드에서 시작
하면 된다. 서산버드랜드 (041)664-7455 서산시 문화관광과 (041)660-2499 www.seosanbird land.kr
서천·군산 금강하구
천수만과 함께 국내 최대 철새 서식지다. 황새·저어새·검독수리·원앙고니·쇠부엉이·백로·청둥오리·흰갈매기 등을 쉽게 볼 수 있
다. 군산과 장항을 잇는 금강하구둑이 철새를 관찰하기 알맞다.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일대 갈대 군락지도 좋다. 흔들리는 갈대
사이에서 철새들이 노는 모습이 신비로울 만큼 아름답다. 서천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 (041)950-4579, 군산시 철새생태관리과
(063)453-7213, tour.gunsan.go.kr
순천만
이마와 눈앞에 검고 붉은 얼룩무늬가 있어서 다른 두루미보다 화려하고 기품 있는 흑두루미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28호이
자 세계적으로도 1만여 마리에 불과한 귀한 철새다. 매년 흑두루미 수백 마리가 순천만에서 겨울을 보낸다. 22㎢의 넓은 갈대밭
과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해양 생태습지가 두루미뿐 아니라 여러 철새에게 안락한 휴식처로 느껴지나 보다. 생태체험선이 오전
9시 10분부터 2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 (061)749-4007
철원평야
눈 덮인 새하얀 평원에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독수리가 서로 어울리는 흔치 않은 광경
을 목격할 수 있다. 민통선 안에 있어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고석정에서 출발해 철원두루미관을 거치는 안보투어 셔틀버스가 오
전 9시 30분부터 하루 4차례 운영된다. 화요일 휴무. 예약 디엠젯관광 (033)455-8275. 평일에는 같은 시간에 개인 차량으로도
견학이 가능하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출발 시각 15분 전까지 철의삼각지 관광사업소에서 출입증을 받으면 된다. (033)450-
5559
부산 을숙도
낙동강 끄트머리에 있는 을숙도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지점이라 플랑크톤 등 새들의 먹잇감이 풍부해, 한때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였다. 1987년 낙동강 하구둑이 완공되고 생활쓰레기 폐기장이 되면서 '쓰레기섬'으로 전락했던 을숙도는 2003년 부산시
가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철새들이 다시 찾아들고 있다. 걸으며 철새를 볼 수 있는 탐방로가 있는 을숙도철새공원이 매일 오
전 8시~오후 8시 연다. 오는 28일에는 탐조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wetland.busan.go.kr)에서 예약하면 된다.
(051)209-2031
창원 주남저수지
경남 창원 동면에 있는 주남·동판·산남 등 물길로 연결돼 하나의 습지생태계를 이룬 3개의 저수지를 아울러 주남저수지라고
부른다. 1980년대 후반 을숙도에 날아들던 겨울 철새들이 약 30㎞ 떨어진 주남으로 오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와 국도에 인접해
찾기 쉽고, 수면이 좁아 새들을 관찰하기 편리하다. 제방 위와 도로변에 억새와 갈대로 엮은 탐조대가 마련돼 관찰하거나 사진을
촬영하기 쉽다. 제방 옆에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도 있다. 저수지 주변을 도는 길이 16.5㎞의 산책로 겸 자전거 코스도
마련돼 있다. (055)225-3481, www.junam.kr
해남 고천암호
지난 2001년 영산강 유역 개발사업으로 갯벌이 농토와 갈대밭으로 변하면서 철새들이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철새가 가창
오리이다.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가 탐조 여행하기 알맞은 시기. 이때 천수만과 금강하구 철새들이 고천암호로 내려와
겨울을 난다. 영화 '서편제' '살인의 추억' 촬영지가 고천암호 갈대밭이다. 면적 50만평에 길이 3㎞로 국내 최대 갈대 군락지로
알려졌다. (061)530-5229, tour.haenam.go.kr
영암호
전남 영암군 삼호면과 해남군 화원면·산이면을 잇는 금호방조제가 1996년 준공되면서 만들어진 호수다. 새들의 먹이가 많은
개펄과 수면이 넓고 기온이 따뜻해 철새들의 이동 통로이자 중간 기착지로 떠올랐다. (061)470-2242, tour.yeongam.go.kr
[探鳥여행 갈 때꼭 챙기세요]
■ 해 질 녘이나 해 뜰 때 가세요새들은 한낮에는 수면이나 논밭에 앉아서 쉬고, 새벽이나 일몰 무렵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군무(群舞) 등 철새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려면 이때 맞춰서 가야 한다. 특히 사진 촬영 하려면 해질 무렵이 새벽보다 좋다.
■빨간색 옷 입지 마세요새들은 인간보다 8~40배 시각이 뛰어나다. 눈에 잘 띄는 붉은색이나 흰색 옷을 피하고,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복장을 착용한다.
■진한 향수 뿌리지 마세요새는 후각도 엄청나게 예민하다. 짙은 화장도 가급적 자제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철새뿐
아니라 당신의 건강도 위하는 일이다.
■망원경은 필수, 조류도감은 금상첨화대부분 철새 도래지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두루미처럼 큰 새도 맨눈으로 보면
점으로 보일 뿐이다. 새들의 모습이나 생태를 자세히 보고 싶다면 망원경을 준비한다. 조류도감을 가져가면 새의 생김새나
특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돌 던지면 절대 안 돼요'철새의 생태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탐조여행의 기본. 새가 나는 모습을 보겠다며 큰 소리 내거나
돌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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