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18 유민호 퍼시픽21 아시아담당디렉터)
여행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실크로드에 빠질 듯하다.
동서로 연결된 미지의 세계를 통한, 영혼으로 느끼는 고독한 여행이다.
카라반세라이(Caravanserai)는 실크로드 유적지에서 반드시 접하게 되는
수천 년 흔적 중 하나다.
아프가니스탄·이란·이라크·우즈베키스탄·터키 등 중앙아시아 어디에 가도 있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키루스 대왕 때 등장했다.
페르시아어로 카라반(Caravan·대상)과 사레이(Saray·궁전)를 합친 말이다.
말·낙타로 장기간 여행하는 상인들 숙소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비즈니스 호텔이다. 정보 교환부터 말·낙타 관리와 대여,
여행길 경호, 물건 보관, 구급 의료…. 모두 카라반세라이의 일이다.
'알라라 한(Alara Han)'은 터키식 카라반세라이다.
지중해 해안 도시 알라니아(Alanya)에서 서쪽으로 50㎞ 지점에 있다.
터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한(Han)'은 소규모 카라반세라이를 의미한다. 알라라 한은 해상 실크로드 장사꾼을 위한 시설이다.
기원전부터 존재했다. 13세기 증축했다가 최근 원형을 복구했다.
'한'이라고 하지만 규모가 엄청나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슬람 양식 천장과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반원형은 비잔틴, 중간 부분을 약간 뾰족하게 올린 반원형은 이슬람 스타일이다.
깊고도 아름다우며 튼튼한, 품격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길이 50m, 폭 5m 크기의 실내 공간이 4개 연결돼 있다.
최대 수용 인원은 2000명. 실내 공간 중간의 초대형 원형 무대가 흥미롭다.
실크로드에 몰려든 일확천금 글로벌 장사꾼들을 위한 배꼽(Belly)춤이나 화려한 연회가 매일 열렸을 듯하다.
이동 유목 문화에서 '손님은 하늘이 주신 선물'로 통한다.
이교도 이민족 장사꾼이라도 세금만 내고 법에 따를 경우 손님으로 '정중하게' 대했다.
13세기 카라반세라이를 거쳐 원나라에 들어간 마르코 폴로는 좋은 예다.
1492년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이후 실크로드는 사라진다. 카라반세라이도 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어둠과 정적이 표류하는 공간이지만 실크로드를 오간 수많은 장사꾼의 흔적은 알라라 한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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