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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은 '기생충' 있는데…불 꺼진 北영화서도 '스타'는 빛난다

바람아님 2019. 12. 22. 08:53

연합뉴스 | 2019-12-21 09:00


北, 평양영화축전 매년 개최키로…전문가 "정상국가 면모 선전 의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고는 오스카로 진격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까지 노리고 있다. 반면 북한 영화계는 '깜깜한 어둠'에 파묻힌 상황이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이 있다면, 북한 영화계에선 단연 '백설미'다.


북한 배우 백설미
북한 배우 백설미[영화 '우리집 이야기' 캡처]


20대 초중반인 백설미는 최근 북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북한 영화 최초로 지난해 한국에서 공개 상영한 '우리집 이야기'의 주연이기도 하다.

2016년 개봉한 이 작품에서 백설미는 고아들을 돌보는 '처녀 어머니'로 유명한 실존 인물 장정화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해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여배우연기상까지 탔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영화 속 '처녀 어머니'는 진실하고 소박하면서도 매력 있고 생신한 연기로 관중들의 심중을 틀어잡았다"고 주목했다.

한때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도 '요즘 북한에서 인기 있는 신인 여배우' 등 제목으로 백설미의 사진이 퍼져 화제가 됐다.


2016년 평양영화축전에서 여배우연기상을 받은 배우 백설미
2016년 평양영화축전에서 여배우연기상을 받은 배우 백설미[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북한 영화는 기본적으로 체제 선전이 목적이므로 '배우'를 부각하지 않아 우리 사회의 '연예인'과 같은 스타를 배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영화의 감독 등 제작자나 주·조연들은 최고 명예인 '인민배우'로 추대되며,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공훈배우' 칭호를 받기도 한다.

남한의 영화감독과 배우를 납치할 만큼 '영화광'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화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1970∼80년대에는 오미란과 홍영희, 김정화 등 '스타'들이 있었다.


북한 배우 오미란
북한 배우 오미란[영화 '도라지꽃' 캡처]


인민배우 오미란(1954∼2006)은 1987년 제1차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도라지꽃'으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받은 인물. 1990년대 북한 최대 히트작 '민족과 운명' 시리즈의 주인공을 연기해 패션 아이콘이자 국민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6년 오미란이 사망하자 직접 애도를 표하고 화환을 보냈으며, 이듬해 남한의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애국열사릉으로 이장할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북한 배우 홍영희
북한 배우 홍영희[영화 '꽃파는 처녀' 캡처]


홍영희(64)는 1972년 '꽃 파는 처녀'에 이어 1985년 '은비녀'까지 성공시키면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북한 배우 김정화
북한 배우 김정화[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 캡처]


서구적 외모의 김정화(65)는 1979년 '이름 없는 영웅들' 주인공으로 데뷔한 후 인민배우에 오르고 40년 넘는 지금까지도 대배우로 칭송받고 있다.


북한 배우 윤수경
북한 배우 윤수경[영화 '복무의 길' 캡처]


2000년대 들어서는 2001년 '복무의 길'에 출연해 '국민 여동생'이 된 윤수경(46)과 '민족과 운명-청년 영웅'에서 화려한 외모로 주목을 받은 김련화(50)가 그 계보를 이었다.


북한 배우 김련화
북한 배우 김련화[영화 '우리는 여기서 산다' 캡처]


그러나 2010년대 이후 북한의 영화 산업이 고전하면서 백설미 외에 남한까지 널리 알려진 '대형 스타'를 찾기 힘들어졌다.

과거 북한의 자체 예술영화는 연간 25∼30편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한 자릿수로 줄었고, 정치성만 강조되고 예술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아직도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화 예술 부문"이라고 공개적으로 질타할 정도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런 지적에도, 북한 영화의 침체는 영화광인 부친과 달리 '스포츠광'인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에서 어느 정도 비껴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격년제로 치러온 평양국제영화축전을 올해부터 매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영화계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상 국가 면모를 선전한다는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영화제가 관광 콘텐츠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홍유담 기자 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