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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22] 무혜비와 이임보의 결탁

바람아님 2020. 3. 11. 07:10

(조선일보 2020.03.11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당나라 현종(玄宗)은 특이한 임금이다.  혼란기를 극복한 강명(剛明)한 군주의 모습과

주색에 빠져 나라를 산산조각낸 혼암(昏暗)한 군주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양귀비와의 사랑이 보여주듯 현종은 먼저 여자에 빠지고 이어 조정 인사 중

자기 뜻만 따르는 아첨꾼을 중용하는 패턴을 보이며 자기가 쌓아올린 업적과 명성을 잠식(蠶食)해 갔다.

현종의 타락은 무혜비(武惠妃)와의 사랑과 사별에서 비롯됐다.

현종의 절대 총애를 받던 무혜비는 아들 수왕(壽王) 이모(李瑁)를 후계자로 삼고자 황태자 이영(李瑛)을 비롯한

3명의 황자를 모함했다. 이들이 자기와 수왕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재상 장구령(張九齡)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상황을 파고든 인물이 바로 이임보(李林甫)다. 당나라를 대표하는 간신 이임보는 당 현종 때 이부시랑(吏部侍郞)이 됐다.

오늘날 차관보쯤에 해당하는 자리다. 권력욕이 강했던 이임보는 환관을 통해 무혜비에게 말을 넣었다.


"수왕을 보호해 만세 후(무혜비가 죽은 후)의 계책을 행하기를 원합니다."


때마침 누가 이임보를 천거하자 무혜비는 그를 동중서문하삼품이라는 요직에 올라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임보는 이후 장구령에 맞서 현종의 마음을 얻어내 장구령을 좌천시키고 무혜비의 뜻을 받들어 3명의 황자를

모함해 죽게 만들었다. 어쩌면 무혜비의 차도살인(借刀殺人)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자는 '논어'에서 "여자와 소인은 길러주기가 어렵다.

친하게 대해주면 기어오르고 공정하게 대해주면 원망한다"고 했다.

이때 여자란 오늘날의 여성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숙녀에 대비되는 말이다.

즉 남성에게 군자와 소인의 구별이 있다면 여성의 경우 숙녀와 여자가 구별되는 것이다.


무혜비와 이임보의 결탁은 전형적으로 '여자와 소인'이 합작한 난(亂)을 만들어냈다.

큰 책 한 권으로도 정리해내기 부족한 이임보 간신술의 핵심은 권력자들이 직접 말하지는 못하지만

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을 대행(代行)해주는 것이었다. 대간(大奸)의 비책이라 하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0/20200310037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