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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23] 구밀복검(口蜜腹劍)

바람아님 2020. 3. 18. 21:46

(조선일보 2020.03.18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간신들도 특기가 있다.

한나라 원제 때 석현(石顯)은 군주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데 일인자였고 군주의 사사로운 욕심을 미리 파악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면에서는 진나라 2세 황제를 가지고 놀았던 조고(趙高)를 따를 자가 없다.

황후나 태후의 주변 사람들에게 뇌물 공세를 퍼부어 제위 찬탈에 성공한 왕망(王莽)도 자기만의 간신술을 가졌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당나라 현종 때의 대간(大奸) 이임보(李林甫)는 이 세 가지 기술은 물론이고 자신을 위협할 만한

동료 선비들을 제거하는 데도 무서운 재간을 발휘했다.

이미 현종의 세 황자를 죽이는 데 성공한 이임보에게 새로운 걸림돌이 생겼다.

자기가 밀었던 수왕(壽王)이 아니라 충왕(忠王)이 새로운 태자가 된 것이다.

모반 사건이 여러 건 터지자 이임보는 어떤 식으로건 태자와 연결시키려 했지만 이 점에서만은 현종도 흔들리지 않았다.

훗날 숙종이 되는 충왕 또한 처신이 분명해 아버지 현종의 신망이 컸다.


이임보는 왜 한사코 충왕을 거꾸러트리려 한 것일까?

충왕이 훗날 즉위하면 자신의 공로는 하나도 없어 힘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19년 동안 재상에 있었으니 그의 보신술(保身術)은 참으로 눈여겨봐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보다 뛰어난 인물이 성장하는 것을 미리 방해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임금에게 좋은 건의라도 하려는 뜻을 보이는 인물이 있으면 의장대용 말을 가리키며

"저 말들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면박을 주었다. '자치통감'이 전하는 이임보의 행태다.


"재능과 명망이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현종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아서 세력과 지위가 장차 자신에게 근접할 자들은

반드시 온갖 방법을 써서 제거했다. 특히 학문에 뛰어난 문사(文士)를 꺼려서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감언으로 꾀어 몰래 해치곤 하니 세상 사람들이 이르기를

이임보는 입속에는 꿀을 머금었지만 배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고 했다." 바로 구밀복검(口蜜腹劍)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8/20200318000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