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3. 3. 4. 00:39
모던한 이방인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인물편〉 연재글은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
휘슬러는 지금 어머니를 캔버스에 담고 있다.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원래는 섭외해둔 다른 여성을 그리려고 했다. 준비도 마쳤다. 붓도 말렸고, 물감도 색깔별로 짰다. 불편한 작업복도 억지로 입었다. 어머니가 외출하지 않고 있는 게 변수였지만, 없는 사람으로 두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그 모델은 약속을 깨버렸다. 김이 팍 샜다. "아들아." 어머니가 말을 걸었다. "날 그려도 괜찮다." 담담하게 제안했다. "아깝잖니. 저 물감만 해도 몇 끼 식사값은 되겠는데." 휘슬러는 더는 못들은 척할 수 없었다.
"얼마나 그렸니."
어머니를 이렇게 오랜 시간 본 적이 있었는가. 이토록 주름 하나까지 관찰한 적이 있었는가. 휘슬러는 그림을 그리며 온갖 생각을 다했다. 평소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휘슬러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어머니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거의 다 그렸어요." 휘슬러는 쌀쌀맞게 대꾸했다.
https://v.daum.net/v/20230304003926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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