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3. 3. 11. 00:26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인물편〉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일부 상상력을 더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
제주도 푸른 밤의 공기는 서글펐다.
1844년, 추사(秋史) 김정희는 낡은 집에 혼자 있었다. 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중죄인에게 내려지는 형벌을 견디고 있었다.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된 죄인이 사는 집 둘레에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가두어 두는 일)였다. 멀리 귀양을 보내고는 좁은 집에 밀어넣는 일이었다. 사실상 감옥형이었다. 탱자나무 가시덤불 울타리까지 끔찍하게 깔려있었다. 여러 짐승 소리가 들려왔다. 엉성한 벽 틈에선 찬바람이 들어왔다. 환갑을 앞둔 추사의 몸에 냉기가 덕지덕지 붙었다. 그럴수록 외로움도 뒤룩뒤룩 살쪄갔다. 추사는 평생 고생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 그에게 제주 유배는 고역이었다.
눈물이 얼굴을 적실 때면 그의 유배 중 숨진 부인 예안 이씨가 그리워졌다.
'내가 사는 동안 다시 부부가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죽어 그 사람에게 배우자를 빨리 떠나보내는 슬픔을 알게 하고 싶구나….'
그렇기에 추사는 제자 이상적이 더욱 고마웠다.
추사는 그런 이상적에게 보답하기로 마음먹었다.
추사는 과거 소동파와 아들의 관계가 지금 자신과 이상적의 사이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창문 하나 그려진 작은 집을 그렸다. 자신의 비루한 처지였다. 듬성듬성 잎을 매단 늙은 소나무를 그렸다. 잣나무 세 그루도 표현했다.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두 나무, 추사와 이상적의 관계였다.
https://v.daum.net/v/20230311002618560
“날 잊지마오” 가시덤불 ‘감옥’ 8년 갇혔다…그림에 펑펑 울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추사 김정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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