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2023. 3. 10. 00:02
▲중국화 업그레이드로 나라 지키려 한 '가오젠푸'
서구·일본 덮치던 20세기초 중국화 변화 고안
"옛것 그대론 가망없다" 중국화·서양화 결합
중국 전통산수화 배경에 현대 '전투기' 접목
"항공, 나라 구할 것" 日에 맞선 쑨원에 화답
중국화 정석 깨며 총 대신 붓으로 사명 다해
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
‘중국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종이나 비단에 먹과 색채로 그린, 어딘가 예스러운 그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 ‘중국화의 정석’을 보기 좋게 빗겨나간 작품이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출신 화가 가오젠푸(高劍父·1879∼1951)가 그린 ‘빗속의 비행’(1931)이다. 첫인상이 파격적인 건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빛바랜 종이에 먹으로 그린 수묵산수화 같다. 그런데 이 잘생긴 산수화 중간 부분에 이전 중국화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물체가 나타났다. 비행기다! 먹 냄새가 배어 있는 전통적인 그림에 초현대적인 기계문명이 등장하다니! 이 생경한 조합은 도대체 뭘까.
이렇게 색다른 그림을 그린 가오젠푸는 ‘새로운 중국화’를 고안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화가다. ‘중국화를 어떻게 새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일평생 고민했다.
현실에서도 화폭에서도 ‘혁신’을 통한 ‘애국’을 바랐던 가오젠푸. 비록 진짜 세상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작품만은 영구히 남아 나라를 향한 가오젠푸의 진심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https://v.daum.net/v/20230310000227308
수묵화에 띄운 '전투기'…화가의 총성없는 전쟁[정하윤의 아트차이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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