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4. 25. 03:03
황량한 언덕 위에 소녀가 서 있다. 긴 머리가 휘날리고 두꺼운 치마가 부풀도록 역풍이 거센데 그녀는 팔에 걸친 외투가 더는 나부끼지 않도록 발로 꾹 눌러 밟고 먼 광야를 내다본다. 봄인지 가을인지 알 수 없는 계절,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 수 없는 시간에, 안개인지 연기인지 모를 희뿌연 공기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모든 게 불분명한 풍경 속에서 뚜렷한 건 오직 언덕 아래 벌판을 가르는 철책뿐이다.
‘내가 두고 온 소녀’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군인들이 고향에 두고 온 여인을 그리며 부르던 민요다. 존슨은 남북전쟁이 끝난 뒤 이 그림을 완성했다.
기다리는 이들의 믿음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https://v.daum.net/v/20230425030309200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76] 내가 두고 온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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