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23. 5. 23. 04:09
기억하는 한 엄마는 언제나 염색을 했다. 때가 되면 거울 앞에서 가르마마다 독한 배합 염색제를 펴발랐다. 그러고 나서 며칠은 머리를 긁었다. 손톱 대신 손끝으로 살살, 벌게진 두피를 달래듯 문질렀다. 그 시절 엄마는 “염색은 환갑까지”라고 말했다. 기한은 일흔 살로, 다시 여든 살로 미뤄졌다. 엄마가 염색을 관둔 건 코로나19가 터진 뒤였다. 산책길에 만난 동네 할머니들 머리도 하얘지던 때였다.
엄마의 흰머리는 장점이 많았다. 두피색과 차이가 적어서 성긴 숱은 덜 도드라지고, 조명 켠 듯 안색도 밝아졌다. 하지만 예쁘다고 아무리 말해도 엄마는 안 믿었다. 백발이 ‘나는 노인입니다’ 광고판 같다나.
어떤 이의 흰머리는 권위와 명성을, 다른 이의 흰머리는 허약함과 노화의 신호를 보낸다.
https://v.daum.net/v/20230523040922478
[돋을새김] 흰머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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