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314] 교사에게 훈육을 빼앗는 사회

바람아님 2023. 7. 29. 04:31

조선일보 2023. 7. 29. 03:00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다. 중학생 대상 강연이었는데 90분 내내 아이들이 쉬지 않고 떠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놀란 건 교사의 통제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혼이 빠진 내게 다가온 선생님의 사과가 마음에 남는 건, 지친 얼굴 속에 보인 지독한 무기력함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기사를 읽은 후, 그때의 일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교권은 교사에게 주어진 기본적 노동권으로, 퇴근 이후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포함한다. 많은 경우 학부모가 항의한 ‘내용’만큼 표현의 ‘형식’이 부적절하다는 게 정말 큰 문제다. 

부모에게 내 아이는 특별하다. 하지만 그 사랑이 과잉될 때 사회문제가 된다. 북유럽에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교육 문화가 있다. 나를 타인보다 특별하거나 더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뜻한다.....상처 없이 꽃길만 걸으며 아이를 성장시키는 매직은 없다. 맑은 날만 이어지면 삶은 사막이 된다.


https://v.daum.net/v/20230729030030195
[백영옥의 말과 글] [314] 교사에게 훈육을 빼앗는 사회

 

[백영옥의 말과 글] [314] 교사에게 훈육을 빼앗는 사회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다. 중학생 대상 강연이었는데 90분 내내 아이들이 쉬지 않고 떠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놀란 건 교사의 통제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혼이 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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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테의 법칙
개인주의와 사적인 성공에 몰두하기보다는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을 일제히 비판하는 태도, 그리고 양쪽을 나타내는 사회학적 용어이다.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일상에서 쓸 정도로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에스프레소] 학교도 학부모도 괴물이 된 세상

조선일보 2023. 7. 29. 03:00

학부모 민원 상담과
학생 징계 업무는
담임 말고 교장에게
이것만 바꿔도 훨씬 낫다

중학생일 때 무슨 일인가로 선생님 심기를 건드렸다가 따귀를 열 대쯤 맞은 적 있다. 같은 반 아이가 너무 크게 웃었다는 이유로 출석부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는 걸 보며 공포에 떤 적도 있다. 그나마 여학교라서, 그 시절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줘 패맞은 사연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집에 가서 선생님이 때렸다고 일러바쳤다간 집에서 더 혼날 판이었다. 부모님이 학교로 와서 나를 위해 싸워준다는 건 꿈도 꿔본 적 없다. 우리가 어릴 때는 다 그렇게 살았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선생들이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울 수도 없고 수업 방해하는 아이를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어진 건 아마도 10년 안쪽으로 생긴 변화 같다.....교사들이 훈육할 수단은 제한되는 동안 학부모 민원은 고삐가 풀려 지금의 비정상적 교실이 되었다. 현재 젊은 학부모인 80년대생들은 나와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한편으론 소비자 권리가 급속도로 팽창할 때 성장한 세대다.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당시 일본 사회에 대한 위클리 조선 2007년 기사 <교사 잡는 학부모 ‘몬스터 페어런트’>를 보면 최근 발생한 서이초교 교사 자살 분석이라고 내놓아도 이상하지 않다.....“버블 경제가 붕괴되고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뚜렷해지자 패배자들의 불만이나 분노는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공기관 및 공무원을 향했다. 특히 직접 대면하기 쉬운 교사가 이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학교에 대한 불신과 한 치의 손해도 볼 수 없다는 왜곡된 권리 의식으로 무장한 학부모들의 불합리한 민원이 도를 넘었고 교사들의 비명은 학교 담장을 넘었다. 몸집이 큰 남학생이 휘두르는 폭력을 물리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여교사들은 신체적 위협마저 받는 교실이 되었다. 학교가 더 이상 생지옥이 되기 전에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https://v.daum.net/v/20230729030028192
[에스프레소] 학교도 학부모도 괴물이 된 세상

 

[에스프레소] 학교도 학부모도 괴물이 된 세상

중학생일 때 무슨 일인가로 선생님 심기를 건드렸다가 따귀를 열 대쯤 맞은 적 있다. 같은 반 아이가 너무 크게 웃었다는 이유로 출석부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는 걸 보며 공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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