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9. 15. 00:25
‘도사’ 못지않은 영어과 심인곤
돌비석처럼 빈틈없는 AI 설교
아호 ‘한결’의 국어학자 김윤경
화를 내거나 거짓말한 적 없어
모두 무서워한 철학과 정석해
제자 위해 4·19 교수 데모 앞장
내가 70년 전에 연세대에 부임했을 때, 옛날 스승을 연상케 하는 세 석두(石頭) 교수 얘기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자타가 인정하는 철학과 정석해 교수였다. 다음 타자인 국어학자 김윤경 교수까지는 변함이 없었는데 세 번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공대학장이었던 수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에서 영어학을 가르친 심인곤 교수였다. 나는 심 교수가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는 편이다.
심 교수는 나와 가까이 살았고 같은 교회에서 봉사했기 때문에 유자격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걸음을 걸어도 앞 정면만 본다. 옆에서 누가 인사를 해도 눈동자만 돌려 볼 뿐 얼굴은 돌리지 않았다. 심 교수가 웃는 모습을 본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다......대학 측에서 심 교수를 미국에 교환교수로 추천한 적이 있었다. 그를 만나 본 미국대사관 헨더슨 문정관이 “17세기 신사를 본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김윤경 선생은 누구나 그의 성품을 잘 안다. 평생 한마디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분이다. 화를 내거나 누구를 비판이나 욕도 하지 않았다. 아호 그대로 ‘한결’같이 사셨다.
잘못을 저지른 후배 교수나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한 교수는 정석해 선생이다. 그런데 오래 사귀어 보면 그와 상반되는 성격이다. 책망하면서도 후배와 제자들을 끔찍이 사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세 교수만큼 사욕과 사심 없이 대학을 사랑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분들의 일제강점기를 통한 애국심은 역사에 남아있고 학생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교육자의 자세는 모범이 되었다. 나는 그분들의 신앙심도 높이 평가한다. 정석해 교수는 공산 치하에서도 신상 조사서 종교란에 ‘장로교 평신도’라고 명기했다. 대학에서 쫓겨나더라도 신앙인임을 자부하였다.
https://v.daum.net/v/20230915002552316
[김형석의 100년 산책] 연세대의 전설, 세 석두 교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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