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1. 8. 04:30
건물주의 세계와 고시원의 세계 사이의 점점 더 커지는 격차는 차라리 포기하고 회피하려는 마음을 퍼뜨렸다. “이렇게 태어나버렸는데, 저 위로 못 올라갈 텐데,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애쓰고 기 쓰고 힘쓰고 용쓰는 게 무슨 소용?”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설파했다면 요즘 시대정신은 무소용인지도 모른다.
나도 무소용교의 신자였다. 마감에 매일 시달리는 기자로 25년 가까이 살고 나니 에너지가 바닥을 보였다.......그러다 지난해 여름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독일 신경생물학자 게랄트 휘터가 유의미한 삶의 방식에 대해 쓴 책 ‘존엄하게 산다는 것’을 읽다가 이 문장에 꽂혀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매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것을 결정할 수는 있다.”먹다 떨어뜨린 대봉시처럼 푹 퍼져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긴 억울했다. “죽어서 썩으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
선수 시절 김연아는 제목부터 비장한 MBC 다큐멘터리 ‘퀸 연아! 내가 대한민국이다’에서 “무슨 생각 하면서 스트레칭하세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리오넬 메시의 멘털도 다르지 않았다. “어린 메시를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요?”, “그때 되뇌던 말이요. 축구를 즐기고 하던 걸 계속하라는. 그게 가장 중요하고 결과는 알아서 따라오니까요.”
소용 있고자 하면 소용을 잊어야 한다는 것이 소용의 역설이다. 그래야 힘 빼고 시작할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몰입할 수도 있다. 이 칼럼을 쓰겠다고 하니 뼈 때리는 말 잘하는 지인이 말했다. “맞아. 복권도 사야 당첨돼.” 그렇다. 소용은 결과이고 시도하지 않으면 소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인생도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무엇이든 시작하고 보는 새해 되시기를.
https://v.daum.net/v/20240108043017474
새해의 다짐: "복권도 사야 당첨된다"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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