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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71] 인구의 고령화와 정치의 보수화

바람아님 2014. 5. 18. 12:18

(출처-조선일보 2012.07.23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우리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강산도 몰라보게 변했지만 인구 고령화 때문에 정치구도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2년에는 전체 유권자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48.3%였는데 10년 후인 2012년 현재에는 38.8%로 감소한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29.3%에서 39.2%로 증가했단다.

여기에 연령대별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정치의 보수화 경향은 매우 뚜렷해 보인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때 연령대별 투표율은 50대가 83.7%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60대 이상이 78.7%였던 것에 비해 30대는 67.4%, 20대는 56.5%로 상대적으로 훨씬 낮았다. 지금까지 이른바 노년층은 실제 수는 적어도 워낙 투표율이 높아서 결국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인데, 이제는 모집단의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으니 앞으로 그 영향력이 점점 더 막강해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추세는 고령화의 진행과 더불어 점점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이 추세로 나가면 지금부터 10년 후인 2022년에는 50대 이상의 유권자가 전체의 거의 절반에 달할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보수적 성향이 강해진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보수화 정도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전체 유권자의 22%를 차지하며 최대 연령대로 떠오른 40대가 가장 중요한 부동표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친구가 다리를 다쳐 입원했는데 병문안 온 친구들 간에 졸지에 부상 고백이 이어졌다. 돌부리에 걸렸는데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다가 그만 길옆 축대에 머리를 박아 응급실에서 MRI(자기공명영상) 사진까지 찍어야 했던 내 고백을 필두로 하여 제가끔 다친 얘기를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왜 이렇게 모두 부쩍 다치는가에 대해 한 친구가 흥미로운 진단을 내렸다. 몸은 분명히 늙고 있는데 마음이 따라 늙지 않아서 생기는 괴리란다. 그렇다. 요즘 50·60대는 스스로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 전통적인 '보수 유권자'처럼 행동할지 지켜볼 일이다.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사회는 끊임없이 진보할 텐데 정치는 속절없이 보수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