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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69]당근과 채찍

바람아님 2014. 5. 14. 08:45

(출처-조선일보 2012.07.09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이언 에어즈의 책 '당근과 채찍'에는 '목표로 유인하는 강력한 행동전략들'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당근으로 유혹하고 채찍으로 다스리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뜻이지만 채찍을 너무 가혹하게 휘두르면 말이 주저앉을 수도 있다. 또한 말이 아무리 당근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때론 당근을 꼭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닐 수도 있다.

1999년에 설립되어 10년 만에 1년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한 인터넷 쇼핑몰 회사 자포스(Zappos)는 4주간의 입사 교육을 마친 신입사원에게 그대로 회사를 그만두면 아무런 조건 없이 그때까지의 급여에 2000달러를 보태주겠다고 제안한단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은 회사가 제안한 보너스를 거부함으로써 회사에 '충성'하겠다는 맹세를 하며 실제로도 훨씬 책임감 있게 일한다고 한다. 이 경우에 회사가 내민 당근은 정말 먹으라고 주는 게 아니다.

여러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당근 효과보다 채찍 효과가 더 효율적이다. 대학생들에게 학교 로고가 박힌 컵을 나눠주고 얼마에 파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7달러를 약간 넘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먼저 돈을 나눠준 다음 그 컵을 얼마에 사겠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3달러50센트를 내겠다고 대답했다. 에어즈는 이를 손실을 회피하려는 일종의 채찍 효과라고 설명한다.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자 샤리프(Azim Shariff)가 세계 67개국의 종교 활동과 범죄 발생률의 관계를 분석해 보았더니 지옥을 강조하는 종교를 믿는 나라에서 범죄가 훨씬 적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실험에서도 '용서하는 신'이 아니라 '엄벌하는 신'이 있는 학급에서 부정행위가 훨씬 적게 나타났다. 지옥 효과가 천당 효과보다 대체로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만, 고래들이 쇼에서 보여주는 묘기는 모두 그들이 자연에서 늘 하는 행동이다. 그걸 약간의 당근을 주어 사람들이 올 때마다 자주 하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아무리 큰 당근을 준들 그들은 자연에서 하지 않는 새로운 묘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한계효용의 법칙에 따르면 이미 경쟁력을 갖춘 개인이나 단체에는 격려의 채찍을 주는 게 좋고 당근은 될 성싶은 꿈나무들에게 주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