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숙 시인(56)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1984년 등단한 시인은 감각적인 문체로 시와 소설, 수필을 넘나드는 전방위 여류 작가입니다. 매주 월, 수, 금요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되는 황 시인의 시 선물이 일상의 작은 행복이 되었으면 합니다. 》
엄청 뭉클한 시다. 잊혔던, 닫혔던, 억눌렸던, 그리움의 감정을 덜컥 열어젖히는 시. 논리를 깨부수는 이 그리움의 해방구에서 우리는 가슴이 벅차다가, 벅차다가, 뻥 뚫린다.
닥친 일들, 풀어야 할 문제들, 고된 노동, 이별의 슬픔, 조락의 불안, 잠시 놓아두고 하늘을 보자. 비운 마음을 청명한 눈부심으로 가득 채우자. 인생에 진짜 좋은 건 모두 공짜다.
황인숙 시인
푸르른 날
―서정주 (1915∼2000)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엄청 뭉클한 시다. 잊혔던, 닫혔던, 억눌렸던, 그리움의 감정을 덜컥 열어젖히는 시. 논리를 깨부수는 이 그리움의 해방구에서 우리는 가슴이 벅차다가, 벅차다가, 뻥 뚫린다.
닥친 일들, 풀어야 할 문제들, 고된 노동, 이별의 슬픔, 조락의 불안, 잠시 놓아두고 하늘을 보자. 비운 마음을 청명한 눈부심으로 가득 채우자. 인생에 진짜 좋은 건 모두 공짜다.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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