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6.23 문태준 시인)
들녘
냉이 한 포기까지 들어찰 것은 다 들어찼구나
네 잎 클로버 한 이파리를 발견했으나 차마 못 따겠구나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울어질 것이므로
―정채봉(1946~2001)
동화 작가 정채봉 선생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 실려 있는 짧은 시이다.
이 생명세계는 한껏 차서 가득한 상태에 있다.
서로 잘 어울리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에 있다.
들에 나가서 운 좋게 눈에 언뜻 띈 네 잎 클로버.
그러나 그 네 잎 클로버를 잡아떼서 취할 생각을 버린다.
클로버를 취하면 팽팽한 균형과 조화가 깨지기 때문이다.
차서 가득한 상태에서 모자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기울지 않고 평평하던 상태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풀꽃, 물고기, 새, 벌레, 돌멩이 어느 것 하나 그냥 있는 것은 없다.
풀꽃, 물고기, 새, 벌레, 돌멩이 어느 것 하나 그냥 있는 것은 없다.
이들은 숨 쉬고 활동하며 거대한 화엄(華嚴)의 세계를 이룬다.
화엄의 세계 안에서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물론 낱낱의 생명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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