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호 ‘부산’(2013년)
사진가 최광호는 부산 영도의 봉래산 꼭대기에 올랐다. 발아래 영도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와 가옥 너머로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작가는 하늘을 향해 여자아이가 입는 흰 원피스를 펼쳐 놓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부산은 여인들의 고단한 역사가 맺힌 곳이다. 전쟁과 피란, 개발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아지매’들은 아이를 등에 업고 시장과 논밭에서 억척같이 삶을 이어왔다. 작가는 그 긴 세월 동안 여인들이 겪은 아픔을 어루만져 주려는 듯 흰 옷을 부산 하늘에 띄웠다.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옷자락이 고단했던 시간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월남치마 하나로 한 계절을 버텼던 부산 여인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선물이다.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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