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그때그일그사람

1300년전 고구려 사신, 우리곁으로 왔다

바람아님 2014. 12. 24. 10:31

[출처 ; 문화일보 2014-12-23일자]

   

 

우리 손으로 복원한 1300년 전 고구려 사신 모습을 담은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가 실물 크기로 모사 복원돼 국내에 공개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 중 고대 한국인이 포함된 서벽의 그림을 실물크기로 모사복원해 23일 국립중앙박물관 3층 중앙아시아실에서 일반에 공개했다.

지난 1965년 발견된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는 이후 보호 조치가 미흡해 현재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서벽에 그려진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사절의 모습도 전체 윤곽과 조우관(鳥羽冠) 형태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조우관을 쓴 인물의 복원전(왼쪽)과 복원 후.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이에 재단은 2013년 우즈베키스탄 국립사마르칸트박물관과 협정을 맺고 벽화 복원과 보호를 위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벽화를 모사하기 위해 재단은 디지털 실체 현미경, 적외선 분석기, 자외선 분석기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벽화의 안료를 분석하며 훼손 전 원형을 추적했다. 한국 사진 전문가가 벽화를 직접 정밀하게 디지털로 촬영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모사도 2벌을 제작했고 이는 각각 재단과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소장하게 됐다. 특히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사신도가 있는 서벽은 당시 기법을 복원해 실제 벽체와 같은 크기로 제작해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게 됐다. 재단은 이미 강서대묘, 덕흥리벽화고분, 안악3호분, 수산리고분 등 고구려 벽화를 디지털로 복원한 경험이 있다.

7세기 소그디아나 왕국의 바르후만 왕 재위 당시 제작된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는 정사각형 건물의 동·서·남·북 4면에 그려진 것으로 그 규모가 각각 높이 2.6m, 가로 11m에 달한다. 사실감이 뛰어나 회화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왕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에서 온 사절, 사냥, 혼례, 장례 등 당시 다양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서벽에 있는 새 깃털을 꽂은 조우관을 머리에 쓰고, 고리 모양의 손잡이가 특징인 환두대도(環頭大刀)를 허리에 차고 있는 두 인물은 고구려인일 가능성이 제기돼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 고구려 사신의 당당한 모습은 700여 년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축으로 국제성을 확보한 고구려의 모습이며, 국제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당당한 권력행위의 주체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최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