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강진에서 표류해온 스물셋 나이의 젊은 선원은 인상이 강인하다. 뱃사람의 거친 생활은 얼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가는 이마주름들 아래 일자눈썹이 있고, 눈동자는 똑바로 앞을 바라본다. 한국인 특유의 광대뼈가 분명하고 코 밑에는 벌써 수염이 무성하다. 각이 진 턱도 정겹다. 상투를 올린 것을 보면 이미 혼인을 한 사람이다.
이 그림은 독일계 네덜란드인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1796∼1866)가 1840년에 간행한 ‘일본(Nippon)’에 나온다. 이 책은 네덜란드 동인도육군병원 의사인 지볼트가 1823년 나가사키에 가서 5년 동안 일본을 조사해 쓴 것이다. 여기 제7부에 한글 표기와 그림까지 실린 한국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 나가사키에 수용된 조선 사람들을 면담해서 쓴 글이다.
당시 나가사키엔 표류해온 조선인 36명이 지루하게 귀국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1827년 그중 6명이 지볼트를 면담하게 된다. 네덜란드인 화가 카를 위베르 드 빌네브(Carl Hubert de Villeneuve)도 이때 동행해 면담자들을 사실적으로 그렸고 이 초상화들이 책에 수록되었다.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 그림들 중 일부를 해양유물전시관 개관 20주년 ‘해상 교류를 통해 본 서남해 지역의 바닷길 기획 특별전’에서 소개하고 있다. 내년 2월 22일까지 볼 수 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