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뉴스와 시각>北核 '진실의 순간'이 열렸다

바람아님 2017. 8. 11. 09:49
문화일보 2017.08.10. 14:00


가히 ‘백가쟁명’의 시대다. 북한이 지난 7월 4일과 28일 2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후 미국 워싱턴 주변에서는 다양한 대북정책 옵션(선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진실의 순간’이 열리면서 사뭇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미국의 속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북정책 옵션은 대북 군사적 행동부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무조건적 대화까지 광범위하다. 제재와 정권교체,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 등 기존 방안도 포함되지만, 주한미군 철수나 한반도 통일 원칙 폐기 등을 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맞바꾸는 미·중 빅딜론은 과거에는 쉽게 나오지 않던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밝힌 한·일 핵무장 허용론과 유사한 주장도 거리낌 없이 나온다. 최근 만난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의 인사는 “미국이 한국의 핵 보유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고,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주는 대신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예방(Preventive) 공격’도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로는 한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옵션이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8일 “북한이 지금까지 전 세계가 목격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예방공격’ 가능성을 시사할 정도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후임으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중국이 북한의 정권교체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식이든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워싱턴의 분위기는 엄중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탄두 ICBM 능력 확보가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 ICBM 능력=레드라인’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 있다. 워싱턴의 한 아시아 전문가는 “확실히 대북 군사적 공격 가능성에 대한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협상단 일원이었던 인사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예방공격을 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ICBM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운전대론’과는 달리 상황은 한국의 통제에서 더욱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워싱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본토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패닉(공황)에 가까운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이런 엄중한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그랬다면 문 대통령이 북한의 2차 ICBM 도발 이후 10일 만에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대북 대화 제안을 둘러싸고 빚어진 미국과의 소통·조율 부재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는가. 하지만 대미 외교전선의 ‘첨병’이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차기 주미 대사는 인선난을 겪고 있고, 주한 미국 대사도 7개월째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동맹이라는 한·미가 이 결정적 순간에 완벽한 공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