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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의회 광장에 간디 동상.."영국에 영원한 집"

바람아님 2015. 3. 15. 10:32

연합뉴스 2015-3-15

 

캐머런 총리, 동상에 손 모으고 인사…"헌사의 뜻"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13일 오전 10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 의회 광장.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상을 드리운 주홍색 천이 흘러내렸다.

인도 전통의상 도티를 입고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사색에 잠긴 얼굴을 한 청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수가 쏟아져나왔고, 캐머런 총리는 동상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마하트마 간디. 비폭력저항운동의 상징이자 인도 독립의 아버지인 간디가 독립을 위해 남아프리카에서 인도로 돌아간 지 100년 만에 식민지배의 심장인 영국 의사당 앞에 되돌아왔다.

동상은 1931년 독립을 논의하기 위해 원탁회의에 참석하려고 런던을 방문했을 때 간디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고 스코틀랜드 태생 조각가 필립 잭슨은 설명했다. 동상 제작 비용은 간디동상기념재단에서 기부금을 모아 마련했다.

광장 다른 한쪽에 서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 속 처칠은 심각한 표정이다.

처칠은 간디가 이끄는 인도의 독립을 좌절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처칠은 자이틀레이 장관이 축사에서 얘기하듯 간디를 "총독부 청사 계단을 반나체로 성큼성큼 걸어 오르는, 고행수도사인 체 하는 선동적인 미들 템플(영국 법학회)의 변호사"라고 경멸했다.

그랬던 간디가 캐머런에게서 존경의 인사를 건네받았다.

캐머런은 축사에서 "영국의 유명한 광장에 동상을 세우는 것은 그에게 우리나라에 영원한 집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정치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들 가운데 한 명에 대한 감명깊은 헌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비폭력 저항주의와 휴머니티를 신념으로 했던 "간디 메시지의 전 세계적인 힘"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간디 동상을 보러 온 500여 명의 사람은 대부분 인도계였다. 인도계이지만 오랜 이주 역사에 자신을 영국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영국 문화부장관도 부모가 파키스탄에서 이주해온 이민 2세다.

인도에서 건너와 지금은 영국에 사는 모럴리는 오늘 행사에 대해 영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지를 물어보자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간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칭찬받을 사람이라고 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모럴리 동료는 가슴에 간디의 사진 포스터를 걸고 즐거워했다.

간디에 대한 캐머런의 칭송에 영국인들이 공감할까.

공영방송 BBC는 "오늘날 영국에서 간디는 식민지배 역사를 부끄러워하고 비폭력 주의를 칭송하는 세대에 의해 크게 존경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오늘날 영국 정치인들이 인도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고, 인도 유학생 유치와 인도 대기업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정치적' 배경이 있는 듯한 뉘앙스를 덧붙이기도 했다.

어쨌든 영국은 '유명한' 광장에 에이브러햄 링컨과 넬슨 만델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간디의 동상 자리를 내줬다.

휴일 나들이에 광장을 찾는 영국 시민에게 과거사는 바로 옆에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