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3.27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꽃지짐 잔치가 열릴 때는 화롯불에 바짝 붙어도 좋아 기름 두른 솥 위에 쌀가루 뭉쳐서 지짐을 부쳤네. 꽃술을 포개어 하얀 꽃잎사귀 멋지게 만들고 동전을 흩뿌리듯 둥근 엽전보다 더 크게 펼쳐놨네. 기름기 떨어지는 것을 막 건져내 소쿠리 위에 얹어놓고 부드럽고 따끈할 때를 놓치지 않고 이로 물어 아삭아삭 씹어 먹었네. 꽃을 먹는다는 것이 멋도 없고 맛도 없다 말할지라도 꽃지짐이란 그 이름이 좋아 이 떡을 그렇게 먹었는가 보다. | 花糕 (당연불염근노연) 抟麵油铛耐可煎 (단면유당내가전) (첩예혼성단엽백) 攤錢稍大五銖圓 (탄전초대오수원) (시로유습정단상) 乘熱輕明響齒邊 (승열경명향치변) (종도담화무색미) 此糕只似愛名然 (차고지사애명연) |
- /이철원
봄이고 가을이고 꽃이 필 때면 꽃잎을 따다가 지짐을 해먹었다.
먹는 즐거움에 보는 기쁨까지 선사하는 별미였다.
시인은 여성이 해다 주는 것을 먹기만 해도 됐을 텐데 거기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만들었다.
꽃잎을 따다 엽전보다 조금 크고 둥근 떡 위에 얹으면 예쁜 꽃무늬가 만들어졌다.
기름을 두른 솥에 지져내어 조금 식힌 뒤 입에 넣으면 치아 사이에서 맛있게 씹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밖으로 나와 꽃지짐을 즐기는 어느 날 풍경이 군침을 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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