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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12] IQ와 입양

바람아님 2015. 4. 14. 09:13

(출처-조선일보 2015.04.14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

인간의 지능은 유전자환경 중 어느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가? 
정답은 간단하다. 둘 다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은연중에 유전에 더 무게를 둔다. 
머리 좋은 부모에게서 똑똑한 아이들이 나오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유전보다 어쩌면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사뭇 결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유전과 환경의 경중을 가늠하는 데 쌍둥이 연구만큼 훌륭한 게 없다. 
최근 미국과학한림원회보(PNAS)에는 미국 버지니아대 연구진이 
스웨덴에서 태어나 둘 중 한 명만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의 IQ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18~20세 연령대의 쌍둥이 형제들을 비교했는데, 어릴 때 입양돼 양부모 슬하에서 자란 형제가 
친부모 가정에서 자란 형제보다 IQ 수치가 4.4점이나 높은 걸로 나타났다. 
입양되지 않고 한집안에서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IQ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치 복제된 인간처럼 완벽하게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환경에서 자라면 지능의 차이가 없지만, 
아무리 동일한 유전자를 지녔어도 성장 환경이 다르면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연구 결과이다.

유럽의 경우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보다 입양을 원하는 부모가 수적으로 더 많아 
입양을 주선하는 기관은 친부모보다 교육도 더 많이 받고 경제적으로도 훨씬 여유로운 부모를 찾아 아이를 입양시킬 수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가 아이를 박물관에도 더 자주 데려가고 책도 더 많이 읽어주며 대화도 많이 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한 드물게나마 친부모가 양부모보다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더 높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친부모 곁에 남은 형제의 IQ가 더 높게 나타났다. 
자식 기르기는 본래 농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당연히 좋은 씨앗을 뿌려야 하지만 그보다는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고 
정성을 다해 키워야 보다 큰 수확을 얻을 수 있다.
때론 씨보다 밭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