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4.28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하지만 무게 70㎏의 인간과 5㎎인 개미 사이의 놀이는 시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각자 친구들을 부르기로 했다.
급기야 시소 한쪽에는 72억명의 인간이 올라탔고, 반대쪽으로는 개미들의 행진이 끝없이 이어졌다.
징수와 징병 등 다양한 목적으로 비교적 완벽하게 해온 인구 조사 덕택에 인간의 숫자는 얼추 알고 있지만,
과연 개미가 몇 마리나 사는지는 사실 가늠하기 어렵다.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시소 놀이는 서서히 개미 쪽으로 기울더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인간은 끝내 발을 다시 땅에 딛지 못하고 말았다.
어느 곤충학자의 추정에 따르면 지구에 현존하는 곤충은 줄잡아 100경(1018)마리쯤 될 것이란다.
어느 곤충학자의 추정에 따르면 지구에 현존하는 곤충은 줄잡아 100경(1018)마리쯤 될 것이란다.
그중 개미를 약 1%로만 잡아도 그 수는 무려 1경(1016)에 이른다.
5㎎에 1경을 곱한 값이 70㎏에 72억을 곱한 값의 거의 정확하게 10배다.
한 마리만 놓고 보면 인간의 손톱 밑에서 하릴없이 죽임을 당하는 미물이지만
그들이 모두 모이면 인간보다 훨씬 더 무거운 존재가 된다.
개미와 인간은 이 지구 생태계를 양분하고 있는 두 지배자다. 기계 문명 세계의 지배자는 당연히 우리 인간이다.
그러나 기계 문명사회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나 자연 생태계로 들어서면
그곳의 지배자는 단연 곤충이며 그중 가장 성공한 곤충이 바로 개미다. 개미는 인간이 정복한 거의 모든 곳에 공존한다.
심지어는 우리가 살려고 지은 고층 아파트 안까지 들어와 함께 산다.
개미가 아직 입주하지 못한 곳은 극지방과 만년설이 덮여 있는 산꼭대기, 그리고 바닷속 정도다.
개미는 무척추동물이고 인간은 척추동물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는 진화의 역사에서 매우 다른 길을 걸어왔다.
개미는 무척추동물이고 인간은 척추동물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는 진화의 역사에서 매우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비결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이리도 비슷한지 놀랄 따름이다.
둘 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노동 효율을 극대화하려 분업제도를 개발했고 이웃 나라에서 노예를 납치하여 부려 먹는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답을 베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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