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1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의 유일한 퍼펙트게임 승리를 이끈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가
오늘 구순(九旬)을 맞았다. 1972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그는 선수 생활 19년 중 무려 15년 동안
올스타에 선정됐고 감독과 코치 신분까지 포함하면 모두 1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야구 실력과 공적 못지않게 언뜻 들으면 모순되는 듯하지만
익살스럽고 뼈 있는 언어유희로 더 유명하다.
비록 중학교 중퇴 학력을 지녔지만 그의 기발한 동어반복적 언어 구사는 영어 문화를 한 단계 격상했다는
찬사와 더불어 요기이즘(Yogiism)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우리말로 옮기면 영 감흥이 사라져버리는 명언들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어록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어느 날 그의 집을 찾아와야 하는 동료에게
"오다가 갈림길을 만나면 그걸 선택하라"고 이른다.
그 동료야 황당했겠지만 그의 집은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든 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록 중 가장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일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는 정치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이 말은 그가 뉴욕 메츠 감독을 하던 1973년 7월 시카고 컵스에
아홉 게임 반이나 뒤지는 상황에서 뱉은 말이다. 그해 메츠는 끝내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언젠가 그는 "그들이 나에 대해 얘기하는 거짓말의 절반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의 참말도 늘 새겨들어야 했다. "내가 모르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평소 잘 가던 레스토랑에 왜 가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더 이상 아무도 거기 가지 않아. 사람이 너무 많아"라고 답하질 않나,
"다른 사람들 장례식에는 꼭 가라. 그러지 않으면 그들도 네 장례식에 오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곤 했다.
사람은 죽어야 비로소 전설이 되는 법이지만, 그냥 살아 있는 전설로 오래도록 '요기' 우리 곁에 함께 있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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