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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18] 서점관망기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바람아님 2015. 5. 26. 10:29

(출처-조선일보 2015.05.26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몇 년째 행복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정책학과 교수인 폴 돌런의 근저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는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행동경제학자인 그는 '수확체감의 법칙'에 입각해 
지금 하고 있는 활동으로부터 얻는 행복이 줄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더 즐거운 다른 활동으로 
옮기라고 주문한다. 특히 생각이 아닌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즐거움과 목적의식이 일치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습관과 행동을 새롭게 설계하라고 충고한다.

행복해지는 한 방법으로 그는 이메일과 SNS 사용을 줄이고 독서량을 늘리라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제안한다. 
①집의 모든 방에 책을 둔다. 
②인터넷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서평 웹사이트로 설정한다. 
③친구와 도서전에 갈 약속을 잡는다. 
④책을 읽고 비평하는 그룹에 가입한다. 
여기에 나는 내가 지난 20여 년간 개인적으로 해온 노하우를 하나 보태려 한다. 
이름하여 '나의 서점관망기(書店觀望記)'라고 해두자.

나는 외국에 나갈 때마다 틈을 내어 좋은 서점을 찾는다. 
신간 위주로 진열하는 국내 대형 서점들과 달리 서양 서점들은 학문 분야별로 양서들을 가지런히 꽂아두기 때문에 
생물학, 과학 일반, 철학,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 서가 앞에 서서 몇 시간씩 그저 제목만 읽는다. 
몇 달에 한 번씩 이처럼 제목만 통관(通觀)해도 학문의 흐름을 짚어낼 수 있다. 
어느 해 홀연 새롭고 흥미로운 제목이 내 마음을 훔친다 싶으면 이내 몇 년 내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서점관망기'는 '학문관망기'가 된다. 
내 눈에 든 상당수 책들은 서점으로부터 내 서고로 자리를 옮기고 나는 점점 더 못 말리는 책벌(冊閥)이 된다. 
나의 통섭은 이렇게 서점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