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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19] 졸업식 축사

바람아님 2015. 6. 2. 08:31

(출처-조선일보 2015.06.0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영화 '성난 황소'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대부2'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뉴욕대 예술대학 졸업식에서 한 15분짜리 축사가 화제다. 
미국 언론들이 앞다퉈 금년도 최고의 졸업식 축사라고 칭송한 이 연설에서 그는 댄서, 배우, 가수가 되겠다고 열심히 공부하여 졸업하는 예술대학 학생들에게 "졸업생 여러분, 해냈습니다. 
그런데 망했습니다"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이성, 논리, 상식을 바탕으로 전공을 선택한 회계학과 졸업생들은 성공과 안정을 누리겠지만… 
여러분에게는 '평생 거절당하는 인생'의 문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세계에서는 열정이 상식을 능가한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

드 니로의 축사가 2015년의 최고라면 나는 2014년의 최고는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짐 캐리가 
마하리시경영대 졸업식에서 한 축사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학생들로 하여금 수시로 배꼽을 잡도록 만들면서도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아버지는 만일 코미디언이 됐더라면 대단한 성공을 거뒀을 텐데 가족을 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택했단다. 
바로 회계사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짐이 열두 살 때 그 안정적인 직업에서 쫓겨났고 그의 가족 모두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단다. 
그때 그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다가 망할 수도 있다면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망하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호칭이 퍽 많은 사람이다. 
생태학자, 진화생물학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 심지어는 통섭학자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 전공이 뭐냐 물으면 나는 종종 '관찰(觀察)'이라고 답한다. 
그런 내가 평생 인간이라는 동물을 관찰하여 얻은 결론이 하나 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무지하게 열심히 하면서 굶어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떼돈을 벌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을 죽으라고 열심히 하면서 굶어 죽기는 불가능하다. 
일단 덤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