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09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기껏해야 단백질로 둘러싸인 핵산 쪼가리에 불과한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할 능력이 없어
엄밀하게 말하면 생물도 아니다. 그런 주제에 무슨 기막힌 전략을 세웠을 리 만무하건만 그들의
몽매한 공격에 지금 우리는 속수무책 혼비백산하고 있다.
정작 메르스(MERS) 자체보다 오해와 불신 바이러스가 더 길길이 날뛰며
겨우 지펴낸 경제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를 보며
과학자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쾌도로 난마를 자르는 심정으로 나선다.
문제의 핵심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문제의 핵심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감염성 질병이란 원래 독성과 전염력의 양면성을 지닌다.
말라리아처럼 모기가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간접감염의 경우에는 독성이 강할수록,
그래서 모기를 후려칠 기운조차 없을 정도로 아파야 더 손쉽게 번진다.
그러나 감기, 독감, 사스(SARS), 그리고 메르스 같은 직접감염 질환의 경우에는 독성이 강하면 전염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독성이 지나치게 강한 바이러스는 이미 감염시킨 환자와 운명을 같이할 뿐이다.
발병이 확인되자마자 곧바로 전파 경로만 차단하면 법정 전염병으로 확산되는 것을 능히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을 갖췄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을 갖췄다.
벌써 여러 해 동안 가장 성적 좋고 성실한 학생들이 죄다 의과대학으로 진학해 지금 대부분 의사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여기에 방역 당국의 신속하고 단호한 초동 대응과 성숙한 시민 의식만 뒷받침되면
감염성 질병은 이 땅에서 절대로 사회 문제가 될 수 없다.
이번에는 초동 대응에 약간 실기했지만 다행히 전염성은 높고 독성은 그리 강하지 않은 바이러스라서
면역력이 특별히 낮은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
이제라도 과학적 논리에 따라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은근슬쩍 우리 DNA에 올라타 복제 서비스를 받아먹으려는 바이러스의 무임승차를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현명해지면 바이러스와의 전쟁 따위는 우습게 끝낼 수 있다.
'其他 > 최재천의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22] 녹지 공간 (0) | 2015.06.23 |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21] 바이러스 스캔 (0) | 2015.06.16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19] 졸업식 축사 (0) | 2015.06.02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18] 서점관망기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0) | 2015.05.26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17] 부드러움의 힘 (0) | 2015.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