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8.22
"길 위의 공무원은 비효율의 극치
국회 옮겨야 안정적인 국정 수행
당장 어려우면 분원 설치부터 해야"
“시장님, 국회 좀 세종시로 내려오게 해주세요!” “공무원들이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게 세종시 탓인가요?”
요즘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들이다. 세종시장에게 중앙부처를 옮길 권한도, 힘도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서울 오가느라 고생하면서도 국정이 비효율적이라는 욕을 먹게 되니 하소연 삼아 하는 볼멘소리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요즘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세종시를 ‘국정 비효율성의 진원지’로 지적하는 데 대해서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메르스 사태 때도 일각에서 ‘세종시의 저주’, ‘세종시 리스크’라며 마치 세종시에 문제가 있는 양 지목하자 많은 공직자들이 언짢아했었다.
최근 한 매체의 설문조사가 이채롭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 대부분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옮겨야 한다는 응답이 64%, 국회만이라도 이전해야 한다는 사람이 24.1%에 달했다. 세종시 건설이 원천적으로 잘못됐고 이제라도 세종시를 없애고 서울과 과천으로 부처를 다시 옮기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행정도시 세종시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몇 가지 도그마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전통은 무조건 좋고 옳다는 편견이다.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관습이 그 이유였다. 이제 와서 10여 년 전의 위헌결정을 다시 꺼내 시비할 생각은 없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고구려가 졸본-국내성-평양성으로 2번이나 천도하고, 조선조가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사실을 새삼스레 상기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세종시 부정론자의 상당수는 위헌결정을 존중해 신행정수도를 중단하고, 그 대신 건설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조차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수도는 오로지 서울”이라는 관습을 천년만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나는 무조건 옳고 남은 잘못됐다는 아집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세종시에 대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가균형 발전을 실현하여 전국이 고루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자는 입장도 있고, 반대로 수도권에 모든 기능을 집중시켜야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수도권 집중 옹호론자의 일부가 자신들은 옳고 남들은 모두 그르다는, 선과 악의 2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수도를 옮기는 것이 ‘선택’의 문제이지 결코 ‘선악’의 관점에서 양단할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다음으로 시대의 흐름을 도외시하는 태도다. 신행정수도는 무산됐고 그 대안으로 행정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국회에서 법까지 제정해 세종청사를 짓고 36개 중앙부처를 이전했으면 대세를 인정하는 게 도리이다.
세종시 건설은 세계 최악의 수도권 일극(一極) 집중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있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워싱턴DC와 뉴욕에, 그리고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행정수도와 경제중심지를 따로 두고 나라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모든 행정부처를 영원히 서울에 둬야 한다는 주장은 21세기에 먼지가 잔뜩 뒤덮인 족보를 부여잡고 정승 노릇을 하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이 바뀌고 국민들의 생각도 변하고 있다. 세종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어떤 게 진정 나라를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고, 역사의 큰 수레바퀴를 앞쪽으로 밀어가고 있다.
물이 낮은데서 높은 쪽으로 흐를 리는 없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면 갈등과 분열, 퇴보가 있을 뿐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일은 개헌이라는 큰 벽이 있어 먼 훗날에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허나,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도록 세종시에 국회분원과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것은 마음만 막으면 금세 할 수 있다. 행정도시특별법을 존중해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을 세종시로 옮기는 일을 미뤄 국정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더 이상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순리대로 법을 존중하고 국민들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요즘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들이다. 세종시장에게 중앙부처를 옮길 권한도, 힘도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서울 오가느라 고생하면서도 국정이 비효율적이라는 욕을 먹게 되니 하소연 삼아 하는 볼멘소리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요즘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세종시를 ‘국정 비효율성의 진원지’로 지적하는 데 대해서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메르스 사태 때도 일각에서 ‘세종시의 저주’, ‘세종시 리스크’라며 마치 세종시에 문제가 있는 양 지목하자 많은 공직자들이 언짢아했었다.
최근 한 매체의 설문조사가 이채롭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 대부분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옮겨야 한다는 응답이 64%, 국회만이라도 이전해야 한다는 사람이 24.1%에 달했다. 세종시 건설이 원천적으로 잘못됐고 이제라도 세종시를 없애고 서울과 과천으로 부처를 다시 옮기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행정도시 세종시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몇 가지 도그마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전통은 무조건 좋고 옳다는 편견이다.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관습이 그 이유였다. 이제 와서 10여 년 전의 위헌결정을 다시 꺼내 시비할 생각은 없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고구려가 졸본-국내성-평양성으로 2번이나 천도하고, 조선조가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사실을 새삼스레 상기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세종시 부정론자의 상당수는 위헌결정을 존중해 신행정수도를 중단하고, 그 대신 건설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조차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수도는 오로지 서울”이라는 관습을 천년만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나는 무조건 옳고 남은 잘못됐다는 아집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세종시에 대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가균형 발전을 실현하여 전국이 고루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자는 입장도 있고, 반대로 수도권에 모든 기능을 집중시켜야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수도권 집중 옹호론자의 일부가 자신들은 옳고 남들은 모두 그르다는, 선과 악의 2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수도를 옮기는 것이 ‘선택’의 문제이지 결코 ‘선악’의 관점에서 양단할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다음으로 시대의 흐름을 도외시하는 태도다. 신행정수도는 무산됐고 그 대안으로 행정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국회에서 법까지 제정해 세종청사를 짓고 36개 중앙부처를 이전했으면 대세를 인정하는 게 도리이다.
세종시 건설은 세계 최악의 수도권 일극(一極) 집중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있다. 초강대국인 미국은 워싱턴DC와 뉴욕에, 그리고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행정수도와 경제중심지를 따로 두고 나라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모든 행정부처를 영원히 서울에 둬야 한다는 주장은 21세기에 먼지가 잔뜩 뒤덮인 족보를 부여잡고 정승 노릇을 하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이 바뀌고 국민들의 생각도 변하고 있다. 세종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어떤 게 진정 나라를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고, 역사의 큰 수레바퀴를 앞쪽으로 밀어가고 있다.
물이 낮은데서 높은 쪽으로 흐를 리는 없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면 갈등과 분열, 퇴보가 있을 뿐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일은 개헌이라는 큰 벽이 있어 먼 훗날에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허나,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도록 세종시에 국회분원과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것은 마음만 막으면 금세 할 수 있다. 행정도시특별법을 존중해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을 세종시로 옮기는 일을 미뤄 국정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더 이상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순리대로 법을 존중하고 국민들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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