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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알파고와 아담

바람아님 2016. 2. 3. 00:18
문화일보2016-2-2

박현수 / 조사팀장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서울서 잇달아 열리게 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는 3월 8∼15일 서울에서 세계 바둑 최강 이세돌(33)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벌이는 바둑 대국에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이번 대국은 우승상금도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나 된다. 바둑은 19×19 반상에 한 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만 12만9960가지로 무궁무진해 그간 컴퓨터가 넘보기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왔다. 만약 알파고가 이긴다면 세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토종 AI 로봇 아담(ADAM)이 올해 중 ‘장학퀴즈’에 출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 AI 기업 솔트룩스가 개발한 아담은 이미 도서 50만 권과 2300만 가지 주제에 대한 2억 개 이상의 지식을 습득했다. 사람이 책을 읽어 학습하려면 2000년이 걸리는 분량이다. IBM 인공지능 ‘왓슨’도 지난 2011년 미국 인기 퀴즈쇼 ‘제퍼디 쇼’에서 퀴즈 챔피언을 꺾어 화제가 됐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6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해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대신 컴퓨터 등 신기술 일자리 200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16’에서도 가장 주목 받았던 기술은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 로봇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AI를 갖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고, 국내외 언론에선 로봇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정밀한 수술도 로봇이 대신한 지 오래다. 구글뿐 아니라 애플, MS, IBM,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의 먹거리인 인공지능 분야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규제와 지원 부족으로 국내 AI 산업 발전은 가로막혀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봐오던 것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과 지능, 그리고 확률과 과학으로 무장한 기계의 대결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컴퓨터’의 가능성 역시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