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14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영화를 만들다 보면 다양한 직능의 사람들과 협업을 하게 된다.
촬영팀·조명팀·미술팀·분장팀·음악팀·시각효과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오랜 기간 영화를 만들다 보니 수년 전에 함께 일했던 스태프와 다시 만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영화를 만들다 보니 수년 전에 함께 일했던 스태프와 다시 만나기도 한다.
오래전 막내였던 스태프가 한 파트의 책임자가 된 것을 보면 대견함과 동시에 친근함이 절로 우러나온다.
그러다 보니 호칭 때문에 난감할 때가 있다.
입에 익은 대로 한 직종의 책임자를 "철수야" "영희야" 혹은 "야" "너"라고 부르면,
분위기가 얼어붙기 때문이다.
촬영이 끝나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술자리면 철수든 영희든 상관없다.
촬영이 끝나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술자리면 철수든 영희든 상관없다.
하지만 이미 그 직종의 책임자가 됐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철수야" "영희야"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혹시 "아직도 넌 나한테는 아랫사람인 거야.
네가 지금 팀장이지만 우린 이미 10년 전에 위계가 정해진 거야"라는 의식이 발현된 건 아닌지 고민해봤다.
그래서 고심 끝에 바꾸기로 했다. "철수야" "영희야" 대신 "김 감독" "김 기사"라고 말이다.
지금의 그를 인정하고, 그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부르도록 마음을 먹었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상호 간 호칭을 '○○님'으로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미 한 영화배급투자사가 그렇게 시행하는 걸 봤기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소위 예술을 한다는 영화계 사람들은 "평생 철 안 들 거야. 철들면 창작을 못 해"라는 말을 무슨 신념(?)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철'은 연령, 직위 고하를 넘어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가운데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된다는 의미이지, 상대를 하대하고 권위를 강요하고 위계를 따지는 그런 건 아닐 거라고 믿는다.
나이를 먹으면 철 좀 들어야지, 언제까지 막 살 거냐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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