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남쪽으로 한시간 반쯤 내려오면 신선대가 있다. 이곳은 울산바위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고 사방이 트여 있어 경관이 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등산객들과 사진 동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일 지인과 함께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 는 울산바위 운해 사진을 찍기 위해 길을 나섰다. 미시령 옛길 휴게소에 오르니 계곡을 가득 메운 하얀 운해가 바람을 따라 산과 계곡을 휘감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장마철이나 비가 올 때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마음이 바빠졌다. 화암사로 향하다가 행여 날이 저물까 싶어 미시령 옛길 공터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지름길로 신선대 올랐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다. 신선대에는 너른 바위가 길게 펼쳐져 있었고 먼저 산에 오른 사진가 한 분이 삼각대를 펼쳐 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울산바위는 뿌연 운무에 뒤덮여 보이지 않았다. 먼저 온 사진가에 물었다.
"울산바위 보셨나요.?"
"네, 아주 잘 오셨습니다. 저는 두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울산바위가 보이다, 안보이다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오늘 울산바위 운해가 기가 막힙니다."
그는 씩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바람이 불자 운해가 걷히며 울산바위가 머리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늦은 햇살이 울산바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운해에 둘러싸인 울산바위와 설악산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울산바위 왼쪽으로는 달마봉의 바위가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며 운치를 더해준다. 짜릿한 풍광에 숨을 죽이고 셔텨를 눌렀다. 울산바위를 휘감는 '운해쇼'는 해가 저물 때까지 계속됐다. 밤이 되자 속초 시내를 뒤덮은 운해 사이로 불빛이 번져 나온다. 운해가 걷히고 어둠이 내리자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국자 모양의 북극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금강산 자락에 서서 설악산 울산바위를 보는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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