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아침 햇발] 식물정부와 경제위기/[여의춘추-배병우] 내년이 정말 두려운 이유

바람아님 2016. 10. 28. 00:59
[아침 햇발] 식물정부와 경제위기

한겨레 2016.10.27. 17:46


박근혜 정부가 ‘식물정부’ 선고를 받았다. 국민에게 버림받고 있다. “이게 나라냐, 창피해 죽겠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2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 박 대통령이 책임지는 방식으로는 ‘하야나 탄핵’ 의견이 42.3%로 가장 많았다. 대학가와 시민사회에선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나지 않으면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의 정신으로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가 나온다.

안재승/논설위원

공직사회도 동요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헌정 사상 초유의 충격적 사건”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정부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더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게 됐다고 우려한다. 이제 박근혜 정부에선 중요한 정책의 추진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연설문 등 최순실 유출’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에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연설문 등 최순실 유출’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에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작금의 사태는 역대 정권의 레임덕과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이전 정권에선 대통령의 가족이나 측근이 비리를 저질렀고, 대통령이 나서서 수습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가 시스템이 무너졌고, 대통령이 ‘몸통’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게 온 세상에 공개됐다. 대통령의 자격을 잃어버린 것이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공직자들을 이끌어가기 힘들게 됐다.


경제가 점점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조선·해운업을 비롯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윤곽조차 그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의 뇌관은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부동산시장은 또다시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에 정부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에 그쳤다. 2015년 4분기 이후 0%대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질은 더 나쁘다. 부동산 과열에 따른 건설 투자와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정부 소비를 제외하면 3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실제로 제조업은 -1.0%로 뒷걸음질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고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사드 배치 탓에 증폭된 지정학적 위험도 큰 짐이다. 내년에는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내수는 더 얼어붙어 경제가 올해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리더십이 확고한 정부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 폭넓은 동의를 구해야 하고 여러 이해당사자 간의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혼신을 다해 매달려도 될까 말까다. 최종적으로는 주무 부처가 청와대와 조율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과 공직자 모두를 배신한 박근혜 정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남은 1년 4개월을 시간만 죽이면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경제가 회복 불가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고, 그 고통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기도 하다.



[여의춘추-배병우] 내년이 정말 두려운 이유

국민일보 2016.10.27. 17:33

"정책 표류와 국정 공백 우려까지.. 정부와 대통령이 위기說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칼럼에서 2017년 경제위기 가능성을 다뤘다. 아니 시중에 나도는 ‘경제위기설’을 언급했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빚 못 갚는 가계 급증, 엔저(엔화 약세) 지속에 따른 수출 감소, 대선 시기 정치 리더십 혼란으로 한국경제가 2017년이나 2018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돈다고 썼다. 1년2개월이 지났다. 무섭게도 논리적 비약과 허점이 곳곳에 있다고 생각한 이 전망이 갈수록 맞아 들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축 엔진인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주력 산업에서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좁혀졌다. 중국이 한국, 일본 등에서 수입하던 소재·부품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78%가 부품·소재 등 중간재다. 여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이 추세는 더 강해질 것이다.

경제의 다른 축인 내수는 사실상 부동산 경기 활황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다. 이마저 한계에 달한 징후가 역력하다.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금융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금리 오름세는 부동산에 의존한 성장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신호다. 소비의 주력이어야 할 가계는 1300조원에 이르는 부채 폭탄을 안고 있다. 여기다 대우조선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할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향후 위기는 이처럼 소비, 생산, 고용 등 실물경제의 급격하고 장기적인 추락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이른 데는 대통령과 경제 관료의 책임이 크다. 현오석 박근혜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는 기업·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허송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시급한 구조조정 대신 돈 풀어 부동산에 다걸기하는 성장으로 오늘의 진퇴양난에 일조했다. 현 유일호 부총리는 경제 총사령탑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제팀의 무능력과 무기력은 도를 넘었다. 한진해운 사태가 단적인 예다. 법정관리 결정이 난 지 2개월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물류대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경제관료들의 실책에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기·고용 절벽이 예상되는데도 재정 건전성을 우선하는 움직임도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지만 전문가들은 “웃기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내년 예산안이 확장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 대체와 구조개혁 과정에서 떨어져나올 해고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청년·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원 등 긴요하면서도 선순환을 일으키는 재정 수요가 많다. 그런데 유일호 경제팀은 “재정정책은 쓸 만큼 다 썼다”고 한다.


여기다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충격파가 덮쳤다. 무엇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박 대통령의 정체가 드러났다. 국민은 물론 공무원들의 신뢰도 얻기 힘들게 됐다. 단순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정도가 아니라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비상사태다. ‘퍼펙트 스톰’을 피하기 위해 정치·경제적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악화되는 경제상황 자체보다 표류하는 정책과 리더십 부재가 더 문제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설(說)’로 끝날 수 있는 경제위기를 정부와 국정 최고책임자가 현실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 섬뜩하다.


배병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