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12.01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이영완 과학전문기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11/30/2016113003055_0.jpg)
출연연은 전자통신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처럼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 연구기관이다.
출연연 혁신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조금 달랐다.
정국 혼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이날 공청회는 300석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날 연구기관 25곳은 정부가 내려보낸 정책이 아니라, 처음으로 스스로 만든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어느 정권이 와도 꿈쩍 않던 곳들인데 이번엔 자청해서 혁신하겠다고 나섰다.
정순용 화학연구원 부원장은 출연연 혁신 방안 발표에 앞서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요지는 이렇다.
지난 3년간 출연연의 연구과제 성공률은 99.5%에 이른다.
하지만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기술 수출액은 12.6%로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인데도 말이다.
이는 조선일보가 지난 4~10월 16회에 걸쳐 연재한 '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시리즈 기사에서 지적한 그대로다.
실제로 발표 화면에는 지난 7월 25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한국 R&D는 고립된 혁신, 글로벌화 절실'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 사진이 떴다. 정 부원장은 "언론의 지적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자기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대충 뭉개고 넘어가기에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연구원들도 자각한 것이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11/30/2016113003055_1.jpg)
/조선일보 DB
연구소들의 내부 사정도 다급하다.
최근 5년 새 소속 연구원의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는데 젊은 피 수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래가 없는 직장이 돼 버린 것이다. 출연연 연구원의 평균 나이는 43.7세다.
특히 국내 최대 출연연인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연구원 평균 나이가 45세나 된다. 이에 비해 20~30대 연구원의
근속 연수는 2.4년에 불과하다. 구멍가게든, 공장이든, 연구소든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은 살아남을 길이 없다.
이날 나온 혁신안은 출연연의 R&D를 크게 10년 뒤를 내다보는 프런티어형과 환경 오염, 재난 문제 같은 사회의 요구를
신속하게 만족시키는 문제 해결형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 연구소들 사이에 과감한 융합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세계적 수준의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하자고 했다.
밑으로부터의 혁신임을 입증하듯 정부에 추가 투자나 지원은 요구하지 않고 오직 출연연의 예산과 인력으로
감당하겠다고 했다.
과학계는 '기대 반 의심 반'의 반응을 보였다.
일단 스스로 만든 혁신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연구소 간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신뢰를 얻지 못할 만한 행동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정부가 출연연 통폐합을 추진했을 때 각 연구소에서 온 간부들 반응은 하나같이
"우리 연구소 간판은 그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보신(保身)이 우선이었지 국가의 비전이나 젊은 연구자의 미래는 안중에 없었다.
이번에도 과거의 전철을 밟는다면 아예 출연연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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