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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30] 금수저들이 왜?

바람아님 2017. 1. 10. 07:42

(조선일보 2017.01.10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에드워드 베어 '마지막 황제'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는 세 살 때 제위에 올랐고 다섯 살에 나라가 망했다. 혁명정부 시책에 따라 명목상의 

황제 노릇을 했는데 날마다 환관 수십 명을 매질하거나 더러운 것을 먹게 하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원전인 동명의 전기에서 작가 에드워드 베어"어린 푸이의 발작적인 잔학 행위는 

그가 프라이버시를 전혀 갖지 못한 데 대한 일종의 초조감인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어린 푸이는 또래의 어린이라고는 본 적이 없고, 단 한 사람 의지했던 유모마저 쫓겨난 후에 항상 자신을 지켜보는 수십, 

수백 명의 어른 속에서 살았다. 그러니 얼마나 허전하고 두려웠겠는가? 

그래서 자기가 두려운 존재임을 스스로 확인함으로써 내면의 공포심을 달래려 한 것 아닐까? 

사실 모든 특권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독약이며 족쇄이다.


요즘 몇몇 '금수저'의 횡포가 가뜩이나 어지러운 나라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두정물산 2세의 대한항공 기내 난동과 동국제강 2세의 술집 난동 등은 그냥 술 취한 사람의 행패로 보기 어렵다. 

그들은 자기 부모들의 막대한 재력으로도 수습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국민 건강과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특권층 자제들을 이처럼 광폭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청년 실업이 크나큰 문제인데 놋수저, 흙수저들이 박탈감에 빠져들고 금수저들은 

또 그들대로 광폭한 반사회성을 띤다면 나라가 깨어지지 않겠는가.


한화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비행(非行) 역시 경악을 자아낸다. 

아버지 김 회장은 아들이 술 먹다 벌어진 싸움에서 맞았다고 폭력배까지 동원해 몸소 '복수'했다. 

김 회장이 그로 인해 받은 사회적 지탄과는 별개로 어쨌거나 아버지의 부성애만큼은 대단했을 터이다. 

그런데 그런 사랑을 받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을 만도 하건만, 무슨 분노가 그를 그리도 난폭하게 만들었을까.


'돈도 실력'이라는 철딱서니 없는 말로 온 국민의 복장을 질렀던 정유라는 이제 기댈 실력이 전무한 영원한 중졸이 되었다. 

어머니의 '실력' 올가미에 딸이 걸려 온 국민에게 중죄인 취급을 받으니 그녀의 젊음이 가련하다. 

이 금수저들의 병은 부모의 돈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피와 땀을 흘리며 살게 되면 치유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