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지평선] 연상녀·연하남 커플

바람아님 2017. 2. 13. 23:20
한국일보 2017.02.13 15:00

“사랑이란 옛날에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아 하나의 완전한 몸이 되려는 욕망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말한 사랑의 정의다. 우리는 거리와 학교와 직장에서 어떤 반쪽을 찾아 헤매는 걸까. 연구 결과 남녀 모두 조건이 비슷한 사람, 가까이 있어 익숙한 사람에게 끌렸다. 결혼 커플을 조사해 보면 나이(남자가 3~4세 위), 종교, 정치적 태도 등이 대개 비슷하다. 종족 번식이라는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남자는 더 많은 자식을 낳아줄 젊은 여성을, 여자는 자신을 더 잘 보호해줄 연상남을 선호한다.


▦ 4월 프랑스 대선 유력주자인 에마뉘엘 마크롱(39)의 아내는 25살 연상이다. 마크롱이 15세이던 고교 1학년 때 자녀 세 명을 둔 40세 기혼 여교사와 사랑에 빠졌다. 자녀 가운데 맏이는 마크롱과 같은 학년이었다. 프랑스는 낭만적 사랑의 성지다. 관습이나 평판보다는 감정과 욕망에 솔직하다. 정치인 사생활에도 관대해 마크롱의 진정한 사랑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를 쓴 메릴린 옐롬은 프랑스인들이 도덕의 외피를 쓰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열광적 사랑을 즐긴다고 말한다.


▦ 남아공 심리학자 힐튼 러드닉이 여러 인종을 대상으로 배우자 선택 방식을 조사했다. 백인과 흑인은 낭만적 사랑인 에로스를 가장 지지한 반면, 아시아인은 이기심 없이 주는 사랑인 아가페를 선호했다. 한국에서 배우자 나이, 그리고 배우자가 자기 가족과 잘 맞는지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그런데 최근 연상녀와 결혼하는 커플이 급증세다. 여섯 쌍 중 한 쌍이나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만혼이 늘어난 게 큰 이유다. 경제력을 갖춘 누나가 이끄는 대로 편히 살고 싶어하는 남성 심리도 엿보인다.


▦ 사랑은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다. 열정적 사랑, 낭만적 사랑, 동반자적 사랑 등 다양하다. 다만 나이 어린 남자와 살려면 수명 단축은 감수해야 한다.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가 1990~2005년 덴마크 인구통계를 분석했더니 15~17살 연하남과 결혼한 여성은 조기 사망위험이 30%나 높아졌다. 어린 남편 돌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사랑에 빠지면 순식간에 그의 노예가 되니, 나이를 탓할 바도 아니다. “누구와 사랑에 빠질지는 하늘이 결정한다”는 말도 있잖은가.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살아간다. 사랑은 도전이고 늘 옳다.


고재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