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日 최고 권위상 거머쥔 '조폭 사진가'

바람아님 2017. 2. 25. 23:53
조선일보 : 2017.02.25 03:02

- '도몬켄 사진상' 받는 양승우 작가
건달로 살다 서른에 일본으로 가… 환락가서 야쿠자 찍으며 유명해져
"예쁜 것보다 밑바닥 인생에 끌려"

"좋아하는 사진작가요? 음~ 옛날엔 있었는데 요즘은 없어요. 내가 찍은 사진이 제일 재미있어요, 하하!"

도쿄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양승우(51)가 일본 사진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도몬켄 사진상'(마이니치신문사 주최)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외국인으로는 첫 수상이다. 일본인 눈으로 한국 격동의 반세기를 앵글에 담아낸 구와바라 시세이(81)가 2014년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에서 일본인 아내 히사쓰카 마오(34)와 부부사진전‘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를 연 양승우(오른쪽) 작가. 막노동해 번 돈으로 사진을 찍으며 20년 넘게 무명 작가로 살아온 양승우는“수상 소식에 발이 땅에서 둥둥 떠다닌다”며 웃었다. /장련성 객원기자


사진집 '신주쿠 미아(迷兒)'로 도몬켄 사진상을 거머쥔 양승우는 '조폭 사진가'로 유명하다. 도쿄 환락가인 신주쿠 가부키초를 활개치는 야쿠자를 비롯해 이들을 쫓는 경찰, 만취객, 노숙자, 떠도는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지난해 모국에서 연 첫 개인전 '청춘길일'은 고향 정읍의 조폭 친구들 일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국내 사진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올 초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양승우는 "내가 나쁜 사람이라 그런가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보다 밑바닥 인생들에 끌린다. 그들이 풍기는 냄새까지 사진에 담고 싶을 만큼 깊은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달 모국에서 연 두 번째 전시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는 전시 기간을 연장할 만큼 호평 받았다.

동네 건달로 살다 서른 살에 일본으로 건너간 양승우는 비자를 연장할 셈으로 등록한 도쿄공예대학에서 사진의 마력에 빠졌다. 미디어아트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 특유의 문학적 양식인 '사소설'을 사진에 도입,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 셔터를 누른다. 칼부림 난무하는 야쿠자 세계를 촬영한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 그러나 양승우는 "하나도 안 무섭다. 그들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나는 안다"며 씨익 웃었다.

사진만으로는 생업이 안 돼 막노동, 건물 청소, 세탁소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는 23일 통화에서 "선정 소식에 발이 땅에서 둥둥 떠 있다. 이제 (가난 때문에 미뤘던) 아기를 가져도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시상식은 4월 20일 도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