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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당신은 우리 남편과 결혼하길 원할 거예요

바람아님 2017. 3. 6. 22:29
세계일보 2017.03.06 14:29

말기 난소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미국의 한 작가가 세상에 혼자 남을 남편의 소개 글을 써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피플지 등에 따르면 시카고에 사는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이 최근 이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사별 후 세상에 남을 남편을 소개했다. 남편의 재혼을 도우려는 이유다.

유머와 진심이 뒤섞인 글에서 에이미가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진다는 게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그는 쿠키를 만들고 나눠 먹는 과정을 이야기함으로써 믿음, 공평, 배려 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줬다는 평가를 받은 ‘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Cookies : Bite-size Life Lessons)’ 저자다.

에이미의 남편 사랑을 전하기 위해 아래부터는 기고문 원래 뜻에 가깝도록 1인칭에서 글을 쓰기로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예전부터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치즈버거를 먹지 못했고, 모르핀 주사를 맞느라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한 탓에 손가락 들 힘이 없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인생의 마지막 데드라인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서다. 맥박이 뛰고 있으므로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특별한 남자와 26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26년의 결혼생활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더는 그러지 못하게 됐다. 슬픈 농담 같다고?

2015년 9월5일, 한 여자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 오른쪽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던 그는 “별거 아닙니다, 맹장염이에요”라는 의사의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으나, 병원은 여자에게 ‘난소암’ 판정을 내렸다. 9월6일부터 부부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족들과의 남아프리카 여행도 무산됐고, 엄마를 모시고 아시아로 놀러 가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그동안 생각했던 여러 가지 계획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암(cancer)’과 ‘취소(cancel)’라는 단어는 내게 같은 의미가 되어버렸다.

현재에 충실하게 되면서 난 ‘플랜 비(Be)’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에이미는 ‘Plan B’ 대신 ‘Plan Be’를 사용해 동음이의 단어를 만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의 사진. 미국 피플지 홈페이지 캡처.



신사 숙녀 여러분, 나의 사랑스러운 남편. 제이슨 브라이언 로젠탈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제이슨은 쉽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남자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대학을 마치고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다 고향 시카고로 돌아온 1989년, 스물네 살의 어느날. 내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소개팅을 주선한 지인 덕분에 제이슨을 만났다.

사실 기대도 안 했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온 제이슨의 뒤에서 빛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날, 저녁을 함께 먹은 후 난 그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바보 같게도 제이슨은 그걸 1년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고 했다.

정확히 9490일 동안의 결혼생활을 토대로 제이슨을 홍보해보려 한다.

제이슨의 키는 5피트10인치(약 178cm)에 몸무게는 160파운드(약 73kg)다. 머리가 조금 희끗희끗하지만 녹갈색 눈동자가 매력적이다.

옷도 무척 잘 입는다. 우리 아들들이 이따금 아빠 옷을 빌려 입고 나갈 정도다. 운동도 좋아해서 몸매도 무척 예쁘다.

우리 집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내 칭찬에 힘을 보탰을 거다. 복도를 따라 걸어오는 그의 모습만 보더라도 어디선가 달콤한 향이 풍기는 느낌이다.

제이슨은 공연도 좋아한다. 우리 부부가 함께 즐겼던 것이기도 하다. 오, 이쯤에서 사랑스러운 열아홉 살 딸 패리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패리스는 누구보다도 아빠와 공연 보러 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사무실에 있을 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제이슨을 만난다면, 예술가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프고 난 후부터, 남편은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는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초음파 촬영이 있던 날, 꽃다발 들고 나타났던 제이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정도면 남편이 어떤 사람일지 여러분이 쉽게 예상하리라 생각된다. 이제는 당신이 선택할 시간이다.

남편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 아이들과도 같이 있어 주고 싶었다. 재즈를 들으며 안락한 목요일 밤을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게 됐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 세상 사람으로 살게 될 날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부디 착하고 올바른 사람이 제이슨의 손을 잡아주기를 원한다.

그러면 그때부터 또 다른 러브스토리가 시작되리라.

김동환 기자